고공행진 전셋값, 집값 밀어올릴까… 아파트 전세가율 62% 달해
입력 2012-10-08 18:31
2000년 2월부터 2002년 9월까지 수도권 ‘아파트 매매가 대비 전세가격 비율’(전세가율)은 60%를 웃돌았다. 이후 집값은 폭등했다. 전세가격이 매매가와 별 차이가 없자 ‘차라리 그냥 사자’는 수요가 일었고 투기심리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최근 전셋값이 뛰면서 전세가율이 60%를 넘었다. 10여년 전 상황과 유사하다. 국민은행에 따르면 9월 전국의 아파트 전세가율은 62.1%에 달했다. 하지만 ‘전세가율이 60% 이상이면 본격적으로 집값이 뛴다’는 속설이 이번에도 현실화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전세가격, 아파트값 끌어올릴까=여전히 소수지만 집값이 바닥권에 진입했다는 주장이 슬슬 고개를 들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은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검토 및 전망 연구’ 보고서에서 전세가격 상승에 따른 매수 수요 증가, 주택공급 부족, 금리인하 및 주택가격 하락으로 인한 주택 구매심리 회복을 근거로 2014년 초부터 주택가격이 상승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구원은 “전세가율이 빠른 속도로 상승해 전세 수요를 매수 수요로 전환시키고 있다”며 “주택담보대출 만기가 집중된 내년까지 등락을 거듭하다 2014년부터는 상승세로 접어들 것”이라고 말했다.
또 건설업계 일각에선 미국 주택시장이 회복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긍정적인 신호로 해석한다.
◇“지역별·평형별 차별화될 것”=하지만 전세가율 상승을 근거로 집값 바닥론을 논하기는 시기상조라는 여론이 많다. 제비 한 마리 왔다고 봄이 온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서울 영등포 지역 한 공인중개사는 8일 “매매나 전세나 가격 차이가 얼마 되지 않아 매매를 권유해도 ‘집값이 더 떨어질 건데 왜 사냐’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부동산업계에선 여전히 매매 심리는 글로벌 경기 장기침체 전망까지 겹치면서 얼어붙어 있는 상황이라고 전한다. 또 전문가들은 최근 전세가율 급등은 2000년대 초반 상황과 원인부터 다르다고 지적한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주택 보급률이 100%에 못 미치던 2000년대 초반에는 전세가격이 급등해 전세가율이 상승하며 매매가를 끌어올렸던 반면 최근에는 전세가격은 완만한 상승세이고 매매가격이 크게 떨어져 전세가율이 올라갔다”고 말했다.
또 전문가들은 2000년대 초반 아파트값 급등세를 이끌었던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증가 등 인구 구조적 변화에다 ‘하우스푸어’가 사회문제화되면서 전세가율이 높아져도 빚을 내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꺼리는 경향이 있다고 말한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연구소 소장은 “서울 강남의 경우 여전히 전세가율은 50% 정도 수준”이라며 “절대가격이 여전히 높기 때문에 전세에서 매매로 갈아타는 것은 여전히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만 수도권 내 오산, 평택 등 전세가율이 70%를 넘어서는 지역이나 서울 시내 중에서도 중소형 아파트 중 전세가율이 70%를 넘는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 상승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눈여겨볼 만하다고 말한다.
한장희 기자 jh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