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 “NLL은 美 멋대로 그은 선”… 정문헌 의원 “2007년 남북정상회담 대화록 있다” 주장

입력 2012-10-08 22:13

노무현재단 “사실무근… 발언 날조 사과해야”

현 정부 통일비서관 출신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2007년 남북 정상회담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북방한계선(NLL)을 주장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비공개 대화록’이 존재한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정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통일부 국정감사에서 “2007년 10월 3일 오후 3시 백화원초대소에서 남북 정상은 단독회담을 가졌다”면서 “당시 회담 내용은 녹음됐고 북한 통전부는 녹취된 대화록이 비밀 합의 사항이라며 우리 측 비선라인과 공유했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대화록에서 노 전 대통령은 김정일에게 ‘NLL 때문에 골치 아프다. 미국이 땅따먹기하려고 제멋대로 그은 선이니까 남측은 앞으로 NLL을 주장하지 않을 것이며 공동어로 활동을 하면 NLL 문제는 자연스럽게 사라질 것’이라며 구두 약속을 해줬다”고 주장했다. 이 대화록은 폐기 지시에도 통일부와 국가정보원에 보관돼 있다고 정 의원은 덧붙였다.

정 의원은 지난달 29일 북한 국방위원회 정책국 대변인의 발언도 이 같은 대화록의 존재와 연관돼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북한 대변인은 조선중앙통신사 기자의 질문에 답하는 형식으로 “북방한계선 존중을 전제로 10·4 선언에서 합의된 문제를 논의하겠다는 박근혜의 떠벌임이나 북방한계선 고수 주장은 남북 공동합의의 경위와 내용을 모르는 무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국감에서 대화록 존재 여부에 대해 “알지 못한다”고 답했다.

노 전 대통령의 NLL 관련 발언은 2007년 국감에서도 논란이 됐다. 노 전 대통령이 남북 정상회담이 끝난 다음달인 2007년 11월 1일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연설에서 “(NLL 설정은) 어릴 적 땅따먹기할 때 땅에 줄 그어놓고 니 땅 내 땅 그러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의원들의 집중 성토 대상이 됐다.

하지만 이번에는 노 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직접 이런 발언을 했다는 주장이어서 사실관계에 따라 파장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이에 당시 남북 정상회담에 배석했던 이재정 전 통일부 장관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 의원이 주장한 3일 오후 3시에는 내가 배석한 상황에서 철도 개·보수 등 여러 가지 사업을 논의했다”며 “그날 정상회담 내내 한시도 빠짐없이 배석했는데 그런 황당무계한 얘기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노무현재단도 “전혀 사실무근”이라며 “단독회담은 없었으며, 정 의원 주장은 회담 의제도 아니었다”고 밝혔다. 이어 정 의원이 노 전 대통령 발언을 날조했다며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이성규 임성수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