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대선주자들, 자잘한 경제정책에 매달려” 월스트리트저널 꼬집어
입력 2012-10-08 19:11
최근 세계적인 경기 침체에 따른 한국의 저성장으로 인해 한국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과감하고 굵직한 경제정책 구상들이 실종됐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8일 보도했다. 신문은 ‘더딘 성장에 발목 잡힌 한국의 과감한 정책’이라는 기사를 통해 한국 대선 윤곽은 이미 드러났지만 아직도 선거 무대에선 작은 이슈들만 거론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한국은 1962년 경제개발계획 시작 이후 가파른 경제성장을 해왔다. 하지만 50년이 지난 요즘 대선이 2개월 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치 지도자들 중 누구도 한국을 다음 단계로 나아가게 할 청사진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다고 WSJ는 지적했다.
한국의 정치지도자들과 입안자들은 경제정책과 관련한 커다란 밑그림을 내놓지 않고 상대적으로 작은 이슈에 매달린다는 것이다. 대신 사소한 것을 챙기는 ‘마이크로매니지먼트’로 정치 지도자들의 관심이 옮아갔다고 신문은 전했다.
최근 대권 유력주자 3명이 내놓는 경제 정책은 나라의 복지정책을 개선하고, 대학등록금을 인하하는 ‘소총식’ 정책에 집중돼 있다. 이는 비판론자들에겐 포퓰리즘적 처방이라는 지적을 받을 수밖에 없다. WSJ는 그러면서 한국의 경제정책은 스포츠에 빗대자면 공격 위주에서 수비 중심으로 탈바꿈했다고 비유했다. 강경식 전 경제부총리는 “다음 정부는 무언가 과감한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 하지만 지금으로선 이런 액션을 기대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한편으론 정치 지도자들의 이런 행보가 어떤 면에서는 한국적 토양에선 중대한 진전이라는 분석도 있다. 신현송 프린스턴대 교수는 “이는 아주 좋은 징조”라고 말했다. 이는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 노무현 정부의 새만금 사업 등 경제성장을 목표로 한 정부 주도의 거대한 건설 프로젝트 시대가 끝나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정책 전반에 대한 밑그림이 없고, 이를 위한 목표가 없다면 경제에 활력이 넘치지 않는 또다른 위험이 존재한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고령화 등 내부 요인과 대외 경쟁에 대응하려면 새 아이디어가 필요한데 이런 동력을 찾기가 어렵다는 것.
과거 성장 위주의 경제정책 탓이라는 분석도 있다. 과거 급격한 경제발전으로 개개인의 수입 불평등은 크게 문제되지 않았지만, 요즘에는 국가 경제가 발전해도 개인의 상황은 변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이 퍼져 있다는 것이다. 정치인들이 경제와 관련한 커다란 밑그림을 그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WSJ는 분석했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