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朴 “위기 땐 당 시끄러워… 권력싸움은 정치권 특징”

입력 2012-10-09 00:14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8일 당내 인적쇄신 요구에 쐐기를 박았다. 최경환 전 비서실장이 전날 사퇴한 만큼 내부 갈등이 더 지속되는 것을 두고 보지 않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이다.

박 후보는 충북지역 언론사 보도·편집국장과의 오찬에서 “위기상황 때는 항상 당이 시끄러웠다”며 “권력과 자리싸움이 있는 것이 정치권의 특징”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전 카이스트에서 기자들과 만나 “다 때가 있는 것”이라며 “여기서 판을 다 뒤집어서 어떻게 선거를 치를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박 후보가 남경필, 유승민 중앙선대위 공동부위원장 등이 요구한 ‘친박 2선 후퇴’와 ‘지도부 총사퇴’를 일종의 권력투쟁으로 받아들이고 있음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에 대해 박 후보가 서운한 감정을 갖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박 후보는 전날에 이어 이날도 “누구를 탓하고, 누가 잘못됐다고 하기 전에 나는 당의 승리를 위해 내 할 몫을 하고 있는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 후보는 대안 없이 제기된 인적쇄신론을 수용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신 중앙선대위 구성을 마치고 조직을 정비함으로써 전열을 가다듬을 것으로 보인다.

당장 황우여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사퇴하면 당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후속 절차가 만만치 않다. 이한구 원내대표의 사퇴 역시 국정감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쉽지 않을 뿐만 아니라 후속 인선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박 후보 측근 의원은 “일단 대안을 내놓은 뒤 그게 현재 시스템보다 낫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 그때 인적쇄신을 하는 게 합리적인 방법 아니냐”고 반문했다.

대신 황 대표와 이 원내대표, 서병수 사무총장 등이 선대위에서 당연직으로 맡게 되는 자리에 들어가지 않는 형식의 ‘2선 후퇴’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 친박계 의원은 “지금 필요한 것은 인적쇄신이 아니라 기능과 역할의 조정”이라며 “빨리 선대위원장 인선을 마무리짓고 선대위 구성원들에게 명확한 역할을 부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재선 의원 6명은 이날 저녁 여의도 한 음식점에서 긴급 회동해 대선 위기감에 공감하면서도 전면 쇄신을 위한 ‘단체 행동’은 일단 보류키로 했다. 회동에는 김성태 김용태 김학용 신성범 안효대 의원 등 쇄신 성향 의원이 참석했으며, 같은 재선으로 박 후보 비서실 부실장인 이학재 의원도 함께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에게 며칠만 시간을 달라”고 요청했으며 참석 의원들이 수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