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김종인 “李 경질을” 태업-이한구 “사퇴 안해” 발끈

입력 2012-10-08 19:14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의 경질을 요구한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4일째 ‘태업’을 이어가고 있다. 이 원내대표가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의 정체성에 의문을 제기하면서 촉발된 감정싸움은 이제 둘 중 하나는 물러나야 하는 상황으로까지 닥쳤다.

김 위원장은 8일 서울 종로의 개인 사무실 인근에서 일부 언론과 만나 “이제 내 손을 다 떠났다. 더 이상 할 말이 없다”고 언급했다. 박근혜 후보의 지지율 위기에 대해서도 “나와 상관없는 얘기”라고 일축했다. 박 후보에게 “나와 이 원내대표 가운데 선택하라”고 ‘최후통첩’을 한 뒤 결단을 기다리고 있다는 의미로 읽힌다.

김 위원장은 지난 4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경제민주화 방향을 결정하려던 계획이 보류되자 “새누리당은 경제민주화 의지가 없는 정당”이라며 분통을 터뜨렸고, 이후 외부와 연락을 끊고 지냈다. 현역 의원 60명을 비롯해 369명으로 구성된 ‘매머드급’ 국민행복추진위원회도 대선공약 생산 기능을 상실하고 활동을 정지했다.

이 원내대표는 자신을 겨냥한 사퇴론에 강하게 반발했다. 그는 기자들에게 “사퇴한다고 쓰면 완전히 오보”라며 발끈했다. 그는 “경제민주화가 뭔지 아느냐”고 반문한 뒤 “박 후보가 말씀하는 것은 실천하겠다. 원내대표로서 공약을 백업(뒷받침)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의 ‘최후통첩’에 대해선 “내 생각까지 이야기하면 (김 위원장과) 똑같은 사람이 되라는 것이냐”고 날을 세웠다.

박 후보는 격앙된 두 사람에게 자제를 촉구하며 부랴부랴 진화에 나섰다. 그는 대전에서 과학인들과 간담회를 마친 직후 “김 위원장도 도와주려고 (당에) 들어오신 것”이라며 “(김 위원장이) 잘 판단해 주실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날에는 이 원내대표와 전화 통화에서 더 이상 경제민주화로 분란을 일으키지 말아 달라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진통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전망이다. 이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 관련 2차 의총을 오는 31일 국정감사 이후로 예고해 최소한 이번달까지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 명이 조기에 사퇴할 경우에는 더 큰 파장이 예상된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