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득표 노려 품었지만 되레 毒… ‘승자의 저주’ 대선판 강타
입력 2012-10-08 18:54
‘승자의 저주(Winner’s curse)’가 2012년 대선 판을 휩쓸고 있다. 승자의 저주는 세를 키우려고 인수합병을 시도했다가 오히려 합병의 부담을 못 이겨 안 하느니만 못한 결과를 낳는 상황을 묘사하는 경제 용어다. 여야가 자체 세력만으로 승리를 담보하기 어렵자, 무리하게 상대 진영 사람을 경쟁적으로 끌어오다 영입 시너지 효과보다는 도리어 내부 갈등만 빚어지는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새누리당 박근혜 대통령 후보 측이 한광옥 전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선대위 국민대통합위원장으로 영입해 놓고 극심한 자중지란에 빠진 게 대표적 사례다. 박 후보로서는 아주 힘들게 영입했지만, 그 결과가 현재로선 표를 깎아먹고 있는 형국이다. 박 후보는 한 전 고문과 갈등 중인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대법관 퇴임 48일 만인 지난 8월 영입했을 때에도 ‘사법부의 위상을 추락시켰다’는 비판에 직면했었다.
박 후보는 또 야권 출신이자 경쟁 상대인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의 멘토를 지낸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을 영입했지만, 그 역시 현재 당 내분의 한복판에 서 있다. 김 위원장은 경제민주화 문제를 놓고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와 이념적 간극을 좁히지 못한 채 이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도 지난달 말 여권 출신의 윤여준 전 환경부장관을 국민통합위원장으로 위촉해 당내에서 불만이 터져 나왔다. ‘합리적 보수층’을 끌어안을 목적이었지만, 내부에서는 “이러다 진보 진영 사람들이 떠날 수 있다”는 반발이 제기됐다. 영입 논란이 일단 수그러들긴 했어도 앞으로 윤 전 장관이 보수층을 끌어들이는 수준에 따라 논란은 재차 ‘활화산’으로 바뀔 수 있다.
안 후보도 무리한 영입으로 곤란을 겪었다. 그는 관치금융의 상징이자 경제계의 마피아란 뜻의 ‘모피아’를 대표하는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를 고문으로 영입했으나 정체성 시비에 휘말리면서 일단 일선에서 이 전 총리를 끌어내렸다. 안 후보가 7일 캠프 공동본부장에 임명한 새누리당 출신 김성식 전 의원을 두고서도 일부 지지자들이 못마땅해하고 있다고 한다.
전문가들도 이런 무차별 영입이 자칫 판을 그르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리서치뷰 안일원 대표는 8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갑자기 영입한 인사가 너무 나서면 지지자들이 오히려 등을 돌릴 수 있다”면서 “시쳇말로 잘 해야 본전에 그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