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 국가가 치료 비용 부담하는 ‘보장성 강화’ 시급하다
입력 2012-10-08 18:02
국민일보 쿠키미디어는 지난 9월 18일 ‘만성골수성백혈병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제언’을 주제로 10번째 고품격 건강사회 만들기 토론회를 개최했습니다. 이번 토론회는 꾸준한 관리와 치료가 가능한 만성골수성백혈병(CML)에 대한 인식과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모시고 사회적 합의와 정책 제언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습니다.<편집자주>
◇일시: 2012년 9월 18일 15시
◇참석자
안민석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장·민주통합당 국회의원)
김철수 (인하대학교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최경업 (숙명여자대학교 약학대학 교수)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진행: 김민희 쿠키건강TV 아나운서
◇방송: 10월 9일 15:00∼16:30 (연출·홍현기 쿠키건강TV PD)
-만성골수성백혈병(Chronic Myeloid Leukemia, 이하 CML)은 어떤 질환이고 발병률은?
◇김철수=만성골수성백혈병은 천천히 진행되는 혈액암 중 하나다. 정확한 원인은 없다. CML은 공통적으로 유전자의 변이, 특히 9번과 22번의 염색체 전이가 있다. 이로 인해 발생하는 유전자 산물이 암을 유발하는 발암물질로 알려져 있다. 국내는 3000∼4000명 정도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연간 300∼400명이 발병하는 것으로 보고 되고 있다. 급성골수성백혈병과 비교해 빈도는 4분의 1정도다.
-글리벡 부작용을 넘어서는 2세대 표적항암제 등 치료제 변화는 어떻게 되고 있나?
◇최경업=과거 치료는 골수이식이었지만 2000년대 초 글리벡(이매티닙)이 개발돼 환자들에게 치료제로 사용되며 치료의 패러다임이 크게 바뀌었다. 글리벡은 1년 생존률이 98%에 달할 정도로 효과를 보이는 1세대 CML 표적항암제다. 하지만 글리벡은 여러 가지 부작용이 있고 내약성 혹은 불내성 등 반응률이 떨어지는 일부 환자가 있다. 그 이후 2세대 항암제 다사티닙(스프라이셀), 닐로티닙(타시그나), 라도티닙(슈펙트) 등이 개발됐다.
◇김철수=글리벡은 CML 치료의 획기적인 변화를 가져왔다. 새로운 CML치료제들은 글리벡보다 더 좋은 표적에 대한 흡착력을 갖고 있고, 반응률도 빠르다. 글리벡으로 2개월 걸리는 것이, 신약은 1개월에 치료가 가능하다. 신약이 글리벡보다 약가도 저렴하고 효과도 좋다. 정부 입장에서는 CML환자의 생존률을 얼마나 높이는 지에 대한 근거가 아직은 부족하기 때문에 글리벡 대체 약제로의 판단을 보류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최경업=임상현장에서는 글리벡 시대가 끝났다는 평가가 많고, 새로운 약제를 써야한다는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 유럽기준에 의하면 CML 치료효과 판정 기준은 3단계다. 약제 치료 시 치료효과를 본 경우(optimal), 중간(sub-optimal), 실패(failure)로 구분되는데, 국내 임상현장에서는 두 번째 단계에서도 약제를 바꿀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하지만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현재 기준은 실패했을 경우에만 바꾸는 것이다. 효과 판정면에서 임상현장과 심평원의 의견 차이가 존재하고, 의학계와 심평원이 중간 단계에서라도 약제를 바꿔야 하는지에 대한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이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안민석=환자입장에서는 새로운 약제를 빨리 쓰는 것이 당연하다. 충분히 효과와 효능이 있다고 판단을 했다면 근거중심이라는 틀에 갇히기보다는 환자중심의 행정으로 접근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와 심평원, 식약청 등 정부기관도 고유 업무와 입장이 있겠지만, 이러한 정부기관들의 존재 이유가 사람, 즉 환자를 위해 존재하는 것인 만큼 환자들을 위해 보다 신속하고 유연하게 정책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기종=약제 변경 시 환자들이 갖는 내성 및 부작용 우려와 불안감 해소를 위해 신약으로 바꿔도 괜찮다는 것을 임상적으로 증명하려는 의료진들의 노력이 필요하다. 환자들 입장에서는 의료진들이 그렇게 해주길 바라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표적항암제의 효과가 좋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임상연구가 필요한데, 현실적인 여건은 그렇지 않다. 국가차원에서 환자들의 의약품 접근성 강화를 위해 임상시험을 적극 지원해야 한다.
-CML 치료제 선택권과 글리벡에 대한 평가는?
◇김철수=선택권과 관련, 의사가 제시하는 정답은 2가지 약제에 대해 환자에게 충분히 설명한 후 어떤 것을 처방하겠다는 동의를 환자에게 받아야 한다는 점이다. 그것이 원칙이다. 현대의학의 윤리 측면에서 당연히 환자의 선택권을 존중하고 동의 하에 처방이 이뤄져야 한다.
◇안기종=글리벡 도입 시 정부와 환자단체, 제약사간 협의에 의해 제약사가 환자본인부담금 일부를 지원해주기로 했다. 때문에 현재 CML환자들은 무료로 글리벡을 복용하고 있다. 문제는 마찬가지로 1차 치료제로 허가를 받은 스프라이셀이나 타시그나는 그렇지 못하다는 것이다. 법률적, 공정거래법상으로 형평성 논란이 제기될 수 있는 부분이다. 환자들은 통상적으로 1등약, 4가지 CML표적항암제 중 치료효과가 우수한 약을 복용하기 원하지만, 글리벡은 현재 표적항암제 중 꼴등약제임에도 꾸준히 처방되고 환자들이 복용해야 한다. 좀더 좋은 약을 복용하고 처방하고 싶은 것이 환자들과 의료진의 의견이지만, 제도상의 문제로 발목이 잡혀 있다. 현재 글리벡은 효과가 더 우수한 신약들보다 더 많은 기득권을 보장받고 있다.
◇김철수=조만간 글리벡은 회수가 될 것으로 본다. 글리벡은 여러 가지 부작용과 내성도 있고, 글리벡만 무상 공급한다는 것 자체도 법률적으로 문제가 있다. 글리벡이 제일 열등한 약제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이러한 약제를 다른 신약으로 바꾸기 위해서는 임상적 근거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
-CML 치료에 있어 환자 비용부담을 줄일 수 있는 방안은?
◇최경업=비용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진국의 경우 리스크쉐어링이라는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치료약제의 효과에 따라 약가를 결정하는 방식이다. 리스크쉐어링 프로그램은 비용부담을 줄이는 하나의 방안으로 정부도 지불방법에 따라 도입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안민석=18대 국회에서 본인부담을 건강보험재정에서 모두 보장하는 법안을 양승조 의원이 대표 발의를 했었지만, 논의가 이뤄지지 않고 폐기됐다. 소아를 비롯해 질환으로 고통 받는 환자들에게 국가가 치료비용을 부담하는 등 보장성을 강화하는 단계적인 절차가 필요하다. 우선 CML 등 백혈병을 시작으로 보장성을 높이는 법안을 19대 국회에서 발의해 단계적으로 시행하도록 하는 법적인 개선 노력에 앞장서겠다.
◇안기종=암환자들을 위해 정부가 보장성을 좀더 강화해주길 바란다. 좀더 경미한 질환에서의 보장성을 줄이고, 중증질환에 대한 보장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 하나 방법으로 리스크쉐어링 프로그램 중 하나인 리펀드제도를 활성화하는 것도 환자들에게 치료효과가 높은 의약품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고려해봐야 한다.
-CML환자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한 정책적 대안은?
◇김철수=정부와 의료계, 제약사 모두 CML환자들의 의료비용 부담을 줄이고 최상의 치료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인식개선을 위해 의사들도 많은 활동을 하는 등 문제해결을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안민석=질환에 대한 예방과 치료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CML을 포함한 백혈병환자들이 완치 이후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사회가 질환을 이겨낸 사람들과 함께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만들고 인식을 개선시켜야 한다. 백혈병은 불치병이 아니라는 인식이 필요하고, 국민들에게 이러한 것을 적극 알리고 홍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안기종=CML환자들이 과거 생존의 기로에서 고민했다면, 이제는 질환 치료와 관리라는 시대에 살고 있고 자신의 삶의 질을 개선하고픈 희망을 갖고 있다. 때문에 환자들은 효과적이고 부작용이 적은 신약을 복용하길 원한다. 좋은 약이 나왔음에도 좋은 약을 쓰는 데 있어 근거가 부족하다는 이유로 사용이 지연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도록 정부와 심평원, 의료계가 좀더 노력해야 한다.
◇최경업=안민석 의원께서 제안하신 백혈병 중심의 보장성을 넓히는 방안도 좋은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덧붙여 임상연구를 하는 동안의 보험급여 여부도 임상현장에서는 중요하다. 임상연구 의약품에 대한 명확한 보험급여 기준을 만들어 정부가 정책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정리=송병기 쿠키건강 기자 songbk@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