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5만명 흡연 사망… 대책은 제자리

입력 2012-10-08 17:56


2년 전 폐암3기 진단을 받은 이모(65·남)씨는 현재 항암치료와 방사선치료를 병행 중이다. 이씨는 23세 군대 시절부터 하루에 두갑씩 41년간 흡연을 해왔다. 현재 폐암 뿐 아니라 심장에 염증 부정맥 증상으로 입원 중인 이씨는 콧속으로 분당 5리터씩 산소를 투여 받고 있다. 이씨는 “군대 훈련병 시절부터 동기 및 후임들과 담배 피우는 것을 즐겨하면서 내 생명은 위협받기 시작했다”며 “폐암에 걸릴 줄 알았더라면 절대 담배를 피우지 않았을 것”이라고 후회했다.

이씨와 같이 장기간 흡연으로 폐암 판정을 받고 고통을 겪는 환자가 한 해 평균 4만8000명에 이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폐암 환자가 5년간 받은 진료비 총액만도 약 1조5000억원에 육박해 국가적 손실도 심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 사람 3명 중 1명은 ‘암(癌)’에 걸리며, 이 중 30%가 흡연으로 사망한다. 특히 폐암의 경우 약 90%가 흡연이 원인으로 알려져 있다.

◇담뱃갑 경고 그림 부착, 현실화 될까= 지난달 5일 정부는 담뱃갑 흡연 경고그림 도입, ‘마일드’ 등 흡연 유도 문구 금지 등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현재는 담뱃갑의 경고문구만 표기하도록 하고 있지만 이를 50% 이상으로 확대하고 경고그림까지 넣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수년 동안 담뱃갑 경고 사진과 성분 공개가 꾸준히 추진돼 왔지만 담배 회사의 로비와 엽연초생산 농민 수입 감소에 대한 반발로 국회에서 법안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다. 이에 따라 이번 19대 국회에서는 담뱃갑 경고그림 부착 관련 법안이 국회 심의를 무사히 통과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배금주 보건복지부 건강증진과 과장은 “흡연으로 인한 건강폐해를 줄이기 위한 국민적인 공감이 커진 만큼 19대 국회도 법 개정 취지를 이해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커피값보다 싼 담배, 한 갑당 ‘7000원’ 가능할까= 금연정책의 핵심 쟁점인 ‘담뱃값 인상’에 대해서는 아직 이해 당사자들의 합의를 모으지 못한 상태다. 담배사업법을 관장하는 기획재정부와 국민건강증진법의 모처인 복지부 등 관계 부처가 협의에 나섰지만 가격 인상 시기와 인상폭에서 이견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서홍관 국립암센터 국가암관리사업본부장은 “한국의 경제규모는 세계 10위권이지만 담뱃값은 소득 대비 지나치게 낮게 책정됐다”며 “흡연율을 획기적으로 낮추기 위해서는 큰 폭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현재 우리나라의 담배 1갑의 평균 가격은 2500원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2개국 중 가장 싸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정부 목표대로 2020년까지 흡연율을 29%까지 낮추기 위해서는 갑당 7500원까지 올려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임종규 복지부 건강정책국장은 “국회 입법 논의 과정을 거쳐 담배 가격 인상에 대해 지속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금연 치료비용 부담은 ‘개인 몫?’= 흡연으로 인한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흡연자의 금연 진료를 ‘비급여’로 책정해 치료비용을 고스란히 본인이 떠안아야 하는 실정이다. 또한 보건소 금연클리닉도 이용자가 현재 매년 30만명에 불과해 전체 흡연자 1000만명이 접근하기에는 제한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금연진료의 보험급여는 이미 영국, 미국, 일본 등에서도 실시하고 있는 정책이다. 배금주 과장은 “담배 진료에 대한 보험 적용은 필요한 정책이지만 상당히 많은 예산이 수반된다는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담배규제 ‘기본’협약, ‘기본’도 멀었다= 우리나라는 2005년 5월 세계보건기구(WHO) 담배규제기본협약(FCTC) 비준에 합의했다. FCTC는 담배 소비 및 흡연 폐해에 대해 국제사회가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2003년 WHO 총회에서 채택한 국제협약이다.

특히 오는 11월에는 WHO 담배규제기본협약 제5차 당사국 총회가 우리나라에서 열려 기대를 모으고 있지만 여전히 갈 길이 멀다는 게 중론이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실외 금연구역 지정, 보건소 금연클리닉, 금연상담전화 등의 금연 협약 규정을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담배값 인상, 전성분 공개 등 이행해야 할 과제도 많이 남아 있다. 서홍관 본부장은 “아직 실내 흡연금지도 이행하지 못하고 담배가격도 터무니없이 낮아 금연정책은 미완성 단계에 머물러 있다”며 “이번 당사국 총회를 기점으로 금연정책에서 진행되지 못한 안건들을 모두 해결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장윤형 쿠키건강 기자 vitamin@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