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돋을새김-성기철] 박근혜 본인이 바뀌어야 한다
입력 2012-10-08 19:24
박근혜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가 총체적 위기에 처했다. ‘박근혜 대세론’이 물 건너간 지는 오래고, 야권 후보들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후보 간 단일화가 성사될 경우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야권 후보한테 10%포인트가량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되기도 했다. 거기다 당 내분은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새누리당 지도부와 박 후보 캠프 관계자들이 내분 수습과 지지율 반전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겠지만 밖으로 비쳐지기로는 무위에 빠져있다는 느낌이다. 아무런 대책 없이 침몰해 가는 호화유람선을 보는 듯하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것은 전적으로 ‘불통(不通)’이라 이름 붙여진 박 후보의 경직된 리더십 때문이라면 과장된 표현일까.
고집불통 스타일이 발목 잡아
새누리당과 주변 인사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박 후보가 고집이 센 것은 분명하다. 거짓말과 술수가 난무하는 우리 정치권에서 원칙주의자라는 좋은 이미지가 그를 유력한 대선후보로 키워냈지만 당선 안정권 진입을 가로막는 것은 고집불통 스타일 때문 아닐까 싶다. 과거사에 대한 입장 정리를 빨리 하라는 당 내외의 빗발치는 건의에도 보름 가까이 시간을 끈 것이나 “박근혜 빼고는 주변을 모두 바꿔야 한다”는 많은 의원들의 요구를 묵살한 것은 남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특유의 성격 탓일 게다. 비서실장 한 사람 잘라가지고는 분위기가 살아나지 않을 것이란 걸 왜 모르는가.
거기다 권위주의 성격의 소유자로 비쳐진다. 소위 측근이라 불리는 사람들조차 그에게 직언을 하지 못한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측근들이 주요 사안에 대해 제대로 건의를 하지 못해 기자들에게 대신 물어줄 것을 부탁할 정도이니 더 말해 무엇 하겠는가. 집권할 경우 아버지처럼 독재정치를 할 것이란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권위가 서 있다면 당내 의원들이 말이라도 잘 들어야 할 텐데 그것도 아닌 모양이다. 박 후보가 추석민심 점검회의를 주재하면서 “다시 뛰자”고 독려한 바로 다음 날(개천절) 의원 10여명이 골프장에 놀러간 것으로 보도됐다.
국민대화합을 부르짖지만 당내 화합조차 이루지 못한다는 지적도 가벼이 들을 얘기가 아니다.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힘겨루기를 했던 이재오·정몽준 의원을 여태껏 포용하지 못한 것은 화합의 리더십에 한계가 있음을 보여준다. 후보로 확정된 직후 두 사람을 찾아가 예를 갖추고 협력을 부탁해야 하는 건 상식에 속한다. 그럼에도 정 의원은 지난 주말에야 처음 만났고, 이 의원에 대해서는 만날 계획조차 없는 것 같다. 이런 모습은 이명박 대통령이 임기 내내 박 후보를 끌어안지 않은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
수평적·민주적 리더십 필요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이한구 원내대표가 경제민주화를 놓고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는 것은 박 후보의 조정능력을 의심케 한다. 한광옥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영입과 그에 따른 안대희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의 반발은 독선적 인사의 결과다.
이런 점을 종합해 보면 박 후보가 작금의 위기를 극복하고 약진하기 위해서는 박 후보 본인의 환골탈태가 필수라는 결론을 얻게 된다. 지금과 같은 단독플레이와 권위주의 리더십으로서는 국민의 마음을 더 얻기 어렵다는 얘기다. ‘박근혜가 완전히 바뀌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지 않는 한 새누리당의 중점 공략 대상인 중도층 유권자들의 지지를 이끌어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다.
달포 전에 들은 새누리당 모 중진 의원의 말이 의미 있게 다가온다. “박 후보의 외유내강 이미지는 참 좋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따뜻한 눈길을 보내는 것처럼 당내에서 수평적, 민주적 리더십을 발휘했으면 좋겠다.”
성기철 편집국 부국장 kcs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