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강석 목사의 시편] 담임목사 승계, 사적 욕망인가 교회 위함인가

입력 2012-10-08 18:09


한국교회의 담임목사 세습을 향한 사회적 비난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특히 최근 감리교단에서는 세습을 하지 못하도록 법 개정을 하였다. 사회적 비판 앞에 한국교회가 자정의 노력을 기울이는 것은 칭찬 받을 일이다. 그런데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세습이라는 말 자체가 편향된 세속적 용어라는 사실이다. 목회는 목양의 개념이며, 따라서 담임목사직 승계라는 단어가 적절할 것이다. 그런데 최근 세습을 향한 비판과 공격이 위험수위를 넘고 있다. 너무 사회적 트렌드나 포퓰리즘에 편승하는 측면이 강하다. 그래서 무조건 사회적 시각으로만 세습을 부정부패한 것으로 비판하는 이 비판부터 다시 비판받아야 한다.

물론 자신이 교회를 개척하여 수십 년 동안 성장시켰기에 교회를 자기 소유로 생각하여 자식에게 기업을 물려주듯 하는 것은 결코 안 된다. 그런 대물림은 나도 전적으로 반대다. 특별히 대형교회가 부와 권력의 상징처럼 보이는 현실 속에서 자신이 개척한 교회니까 설사 자식이 자격 미달이라 할지라도 담임목사직을 대물림하여 상왕처럼 섭정하는 것은 더더욱 안 된다. 또한 담임목사가 사전에 교인들에게 정치작업을 해서 대물림을 강행하는 것도 마땅히 정죄 받아야 한다. 교회는 개인의 소유나 기업이 아니라 전적으로 주님의 소유다. 그러므로 설사 자신이 개척해서 평생을 부흥시킨 교회라 하더라도 아무런 욕심 없이 떠나는 리더가 된다면 얼마나 아름답겠는가.

그러나 성도들이 전적으로 담임목사의 영성의 맥과 목회 철학을 이어가기를 원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그 교회의 칼라가 너무 독특해서 외부에서 후임 목회자가 오면 교회가 혼돈 속에 빠지고 풍비박산 나는 파란을 예고한다면, 이런 교회는 재고를 해 봐야 한다. 특히 담임목사 입장에서는 현대 사회적 트렌드나 포퓰리즘을 의식하여 자녀를 후임 목회자로 세우는 것을 꺼린다고 하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절대 다수의 장로와 성도들이 앞장서서 교회의 안정적 부흥과 화목을 위해 담임목사의 자녀를 후임으로 세우기를 원한다면 어떻게 비난할 수 있겠는가.

교회도 자기 생존을 위하여 화목과 일치 속에서 안정적으로 부흥할 특권이 있지 않는가. 물론 이 세상 어느 공동체이든 100%가 다 찬성할 수는 없다. 소수가 반대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소수에 의해서 교회가 좌지우지 되면 큰 혼란에 빠질 수 있다. 따라서 우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포퓰리즘에만 편승하여 무조건 목회 대물림을 세습이라고 정죄하고 돌을 던지는 풍토부터 바꾸어야 한다. 그것이 정말 성령의 충만함 속에서 어떻게 합리적 절차를 거쳤는가, 아니면 사적 욕망과 정치적 모사의 결과인가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그 다음에 비판하고 돌을 던져도 늦지 않을 것이다. 교회는 그리스도의 몸이요, 신비한 영적 공동체다. 그러므로 오히려 이번 기회에 교회의 특수성과 문화를 존중하는 풍토를 새롭게 조성해 보자. 그리고 교회의 영적 시스템 안에서 건전하고 바른 후임 목회자를 세우는 절차와 방법에 관한 연구도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용인 새에덴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