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관광객 마카오서 2011년 현금 252억 인출
입력 2012-10-07 19:49
‘카지노 천국’ 마카오에서 도박용으로 추정되는 한국인의 현금 인출이 급증하고 있다. 도박 자금 마련을 위한 ‘카드깡’(상품 구입으로 위장한 신용카드 불법 할인 대출)도 의심되지만 금융당국은 속수무책이다.
금융감독원이 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박대동 의원에게 제출한 해외 신용카드 사용 현황에 따르면 마카오에서 한국인이 현금을 인출하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은 금액은 2008년 114억2000만원에서 지난해 252억8900만원으로 2배 이상 뛰었다. 올해도 상반기에만 112억1900만원이 빠져나가 2008년 한 해의 금액에 육박했다. 2008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마카오로 흘러간 현금은 총 799억6000만원이다.
외국에서 현금을 찾거나 현금서비스를 받으면 한국에서 환전해 가거나 현지에서 신용카드로 결제할 때보다 비싼 수수료와 이자를 물어야 한다. 한국인 관광객이 이를 감수하고 현지에서 현금을 찾는 이유는 주로 카지노 이용 때문으로 추정된다.
최근 영화 ‘도둑들’의 배경이 되기도 했던 마카오는 6년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도박 도시로 부상했다. 마카오 관광객 중 카지노에 들르지 않는 사람이 없을 정도여서 마카오 여행은 곧 카지노 관광으로 통한다. 마카오를 찾는 한국인은 2003년 4만명에서 지난해 40만명으로 증가했다.
한국인이 마카오에서 긁은 신용카드 결제액의 79%가 140만원 이상 고액 상품을 사는 데 쓰였다는 점도 눈에 띈다. 다른 나라를 포함한 국외 신용카드 결제액에서 140만원 이상 비중은 28%에 불과하다. 마카오에서의 고액 결제 비중은 이보다 3배 가까이 높아 도박 자금에 쓰기 위한 카드깡 의혹이 짙다.
현재 마카오에 산재한 금은방에서는 1000만 홍콩달러(약 144만원) 단위로 카드깡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수년 전부터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금융당국은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카드깡은 국내 카드사와 직접 가맹관계를 맺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라고 털어놨다.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