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 공포’ 본격화… 한은마저 “2012년 2%대 성장” 예고
입력 2012-10-07 19:48
한국경제가 본격적인 ‘저성장 공포’에 휩싸이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이어 한국은행조차 올해 경제성장률을 2%대로 내려잡을 움직임이다. 성장 잠재력을 나타내는 잠재성장률은 3%대로 추락했다. 우리 경제가 당분간 저성장의 늪에서 빠져나오기 쉽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해외 주요 투자은행(IB)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리 경제의 저성장을 당연한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
한은은 오는 11일 열리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기준금리와 함께 수정 경제전망을 내놓는다고 7일 밝혔다.
한은의 수정 경제전망에는 올해 우리 경제가 2%대의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보이는 데 그칠 것이라는 내용이 담길 전망이다. 한은이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3.7%, 올 4월 3.5%, 7월 3.0%에 이어 계속 낮아지고 있다. 한은은 그동안 ‘성장에 상방보단 하방 위험이 더 크다’고 평가해왔다.
글로벌 IB들은 우리 경제의 앞길이 어둡다고 본다. 유럽·미국·중국 등 거대경제권의 경기둔화 우려가 커지면서 부정적 시각이 더 짙어졌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말 기준으로 10개 해외 IB들이 제시한 올해 우리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평균 2.6%에 불과하다. BNP파리바가 가장 낮은 2.0%를 제시했고 BoA메릴린치가 3.0%로 최고치였다. 나머지 8개 IB는 2.3∼2.8%로 모두 2%대를 내놓았다.
이미 산업계에는 먹구름이 가득하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0개 업종을 대상으로 4분기 산업기상도를 조사한 결과 ‘맑음’으로 분류된 업종은 하나도 없다. 정보통신·기계·석유화학·섬유·자동차 등 5개 업종은 ‘구름 조금’으로, 철강·정유·의류·건설 등 4개는 ‘흐림’으로, 조선은 3분기에 이어 ‘비’가 내리는 최악의 상황으로 예상됐다.
삼성 등 10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들은 위기관리, 내실 다지기에 초점을 맞춰 내년 경영계획을 짜고 나섰다. 세계경제 침체가 예사롭지 않은 데다 우리 경제는 장기 저성장 국면으로 진입하고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로 우리 경제는 잠재성장률마저 큰 폭으로 떨어지고 있다. 장기간 저성장의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1991∼2000년 6.4%에 이르렀던 잠재성장률을 지난해부터 2016년까지 3.7%에 그칠 것으로 추산했다. KDI도 중장기 잠재성장률 하락에 따른 저성장 기조를 예측하고 있다.
KDI는 기존에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4.3% 안팎(2011∼2020년)으로 내다봤지만 최근 성장률 하락세를 반영해 하향조정 작업을 하고 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