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고기 도매가 폭락… 농가 깊은 시름
입력 2012-10-07 22:27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끝을 모른 채 추락하고 있다. 하지만 싼 가격에 돼지고기를 사들인 유통상인들이 소매가격은 상대적으로 소폭 내려 농가의 시름만 깊어지고 있다.
7일 축산물품질평가원 등에 따르면 돼지고기 지육 도매가격이 지난달 4일 ㎏당 4071원에서 지난 4일 현재 2802원으로 폭락했다. 지난 1윌 5879원과 비교하면 절반 아래로 떨어진 가격이다. 구제역으로 생산량이 급감했던 지난해 6월 8200원 수준에 비하면 3분의 1 가격이다.
돼지고기 가격이 이처럼 하락하고 있는 것은 우선 돼지 사육두수가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현재 970만 마리 수준인 돼지 사육 마리 수는 오는 12월에도 960∼970만 마리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구제역으로 700만 마리 수준까지 줄었던 사육두수가 양돈농가의 집중적인 입식으로 평년 수준을 회복한 것이다. 농업관측센터는 “이달부터 내년 3월 국산 돼지고기 생산량은 전년 동기보다 18%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며 “위축자돈(발육상태가 좋지 않은 새끼돼지) 조기 도태 등 가격 하락폭을 줄이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돼지고기 도매가격이 한 달 새 30% 이상 떨어지면서 삼겹살 소매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하지만 소매가격은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달 4일 ㎏당 1만8295원이었던 삼겹살 가격은 지난 4일 1만6468원으로 10% 떨어지는 데 그쳤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시중 음식점의 삼겹살 가격은 1인분(150~200g)에 7000~1만2000원으로 거의 내리지 않았다. 돼지고기 가격 폭락의 충격을 농가가 그대로 흡수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 불황에 따른 소비 위축도 돼지고기 가격 하락을 부추기고 있다.
롯데마트의 경우 지난 1∼9월 돼지고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7% 늘어나는 데 그쳤고 ‘삼겹살 성수기’인 7~8월 여름휴가철에도 겨우 0.7% 올랐다. 소비자들이 구매하지 않자 가격은 점점 떨어지고 있다. 롯데마트에서 삼겹살 100g 가격은 지난달 넷째 주 1480원까지 떨어졌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추석이 끝나면서 돼지고기는 비수기로 접어들어 상품 적체현상이 이어질 전망”이라며 “저렴한 가격에 많은 물량을 판매하는 소비촉진 행사를 계획 중”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