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선 업체 근로자들 피폭 위험… 4년간 157개 업체 법규 위반

입력 2012-10-07 19:37

방사선을 이용한 품질검사 업체인 K사의 울산 출장소에서 10여년간 일했던 김모(36)씨는 2010년 6월 갑자기 백혈병이 발병해 투병하다 지난해 9월 끝내 숨졌다. 동료 직원 곽모·조모씨도 비슷한 시기에 백혈병 전단계인 ‘골수형성이상증후군’으로 투병하다 각각 올해 3월과 5월 생을 마감했다. 이들은 모두 울산 지역의 대형 조선소 등에서 선박블록 용접 부위 방사선 검사를 했던 근로자들이었다. 세 사람 모두 방사선 과다 피폭에 의한 산업재해 인정을 받았다.

2010년 8월 교육과학기술부 조사 결과 이들은 작업 시 방사선 수치를 측정하는 장치인 개인 선량계(TLD)를 착용하지 않았고, 작업장 주변 방사선량 측정이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작업장에 투입되는 등 방사선에 무방비 노출된 것으로 드러났다. K사는 TLD를 일괄 보관하다 감독기관이 조사 나올 때만 근로자에게 잠깐 나눠주고 다시 회수하는 편법을 썼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보장된 월 2시간 안전교육도 거의 실시하지 않았다.

출장소 전 직원 32명의 혈액검사 결과 14명에게서 방사선량이 0.5Gy(그레이)를 웃도는 것으로 추가 확인됐다.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ICRP)는 연간 방사선 피폭량이 0.5Gy 이상이면 골수의 조혈활동 위축 같은 면역체계 약화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K사처럼 방사선 측정 및 피폭 관리 불이행 등 현행 안전관리 법규를 위반한 방사선 취급 업체와 기관 등이 지난 4년간 157곳(296건)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26개 업체는 2회 이상 상습적으로 법규를 어기는 등 방사선 취급 업체의 안전 불감증이 심각해 근로자들이 건강에 위협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새누리당 김태원 의원이 7일 원자력안전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 방사선 이용 사업장의 법규 위반은 최근 4년간 157곳에 달했다. 업종별로는 비파괴검사 업체 등 산업 부문이 100곳(204건)으로 가장 많았고 의료기관 40곳(54건), 교육기관 9곳(24건), 연구기관 4곳(8건), 공공기관 4곳(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위반 유형별로는 방사선 취급 교육 미실시 46건, 방사선 측정 장비 미점검 40건, 방사선 물질 운반 미기록 39건, 방사선 안전관리자 변경 미신고 23건, 방사능 측정 위반 21건 등이었다.

특히 26곳은 2회 이상 위반 사항이 적발돼 전체 과징금·과태료 부과 액수(4억8240만원)의 절반이 넘는 2억4000만원을 물었다.

K사도 지난해 본사(1개월)와 울산출장소(6개월)에 영업정지 및 과태료 1300만원 처분을 받았지만 안전 불감증은 계속됐다. K사는 지난달 원자력안전위 특별점검에서 방사선 취급자 개인 선량계 미착용 등 총 5건의 위반 사항이 또다시 적발돼 행정처분이 진행 중이다.

김 의원은 “방사선 취급 업체에 방사선 안전관리자 선임 및 신고를 의무화하고 방사선 노출이 안 되는 안전한 작업 환경을 제공하도록 하는 내용의 원자력안전법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