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 안녕하십니까] 가톨릭의대 이해국 교수 “학교 주변 수 ㎞ 내 술 판매 금지 필요”

입력 2012-10-07 19:27


“주류 판매 면허제 도입을 통해 학교 근처 몇 킬로미터 안에서는 술 판매를 금지하고, 술값은 대폭 올려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

가톨릭의대 정신과학교실 이해국 교수는 지난달 초 발표된 ‘주류 광고제한 및 공공장소 음주·주류 판매 금지’를 골자로 한 보건복지부의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청소년음주가 심각한 상황인데 주류 가격이나 접근성 제한 조치 등이 빠졌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올해 6월 의료·복지·법조·교육 등 각계 전문가 90여명과 함께 ‘중독 포럼’을 창립해 알코올 중독의 예방과 대책을 연구하고 있다. 이 교수를 7일 만나 국내 청소년 음주의 심각성과 폐해, 효과적인 예방책 등에 대해 들어봤다.

-10대의 고위험 음주율이 증가하는데.

“주류 구입이 쉬운 사회 환경이 문제다. 최근 서울시 조사 결과, 대형마트 63곳에서 청소년이 주류 구입을 시도했을 때 64.5%가 불법으로 술을 판매했고, 59.2%는 술을 팔 때 신분증을 확인하지도 않았다. TV나 인터넷 등 각종 매체에 음주 장면이 여과 없이 노출된다. 인기 연예인의 술 광고 등은 청소년에게 술에 대한 거부감보다는 동경심을 불러일으킨다.”

-국민건강증진법 개정안의 부족한 점은.

“방송·인터넷 등에서 술 광고 금지, 대학교 내 음주 및 술 판매 금지 등이 발표됐지만 아쉬운 부분이 많다. TV에서 담배 피우는 장면은 모자이크 처리된다. 하지만 드라마나 영화에서 술 마시는 장면은 고스란히 나온다. 술 광고보다 더 심각한 문제인데 대책이 빠졌다. 또 초·중·고교나 대학 내에서 술 판매를 못하더라도 학교 근처 편의점 등 어디서든 술을 살 수 있다. 주류 판매 면허제를 도입해 학교 주변 일정 거리 안에서는 술을 팔지 못하게 해야 한다. 주류 가격에 따라 부과하는 현행 종가세 과세 체계를 알코올 도수에 따라 세금을 높이고 술값을 올리는 ‘종량제’로 전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

-지역사회 기반 알코올 상담 및 치료 서비스 확충도 시급한데.

“지역 알코올상담센터는 지난 6월 말 기준 47개밖에 되지 않는다. 상담센터에 등록된 알코올 질환자는 5872명으로 전체 추정 환자의 0.38%에 그친다. 올해 보건복지부 알코올 정책 관련 예산은 46억5400만원으로 전체 정신보건예산(342억2400만원)의 13.6%에 불과하다. 지난해(17.8%)보다 오히려 줄었다. 그나마 대부분 절주 지도자 양성이나 음주폐해 예방 홍보사업에 주로 쓰인다. 특히 알코올 중독자의 1차 병원 치료 후 사회 복귀 프로그램과 이를 지원할 주거재활시설 확충이 절실하다.”

-알코올 정책을 관장하는 전담부서와 제도 정비의 필요성도 제기되는데.

“미국이나 캐나다, 호주 등 선진국은 알코올·마약·게임 중독 관련 정신보건 행정을 담당하는 독립 기관이 마련돼 있다. 주취 폭력자에 대해서는 강력한 처벌과 함께 의무치료명령제를 도입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돼야 한다.”

글·사진=민태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