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 한국, ICBM기술 개발 가능해져… 우주산업도 청신호

입력 2012-10-07 19:21


한·미 미사일 지침 개정으로 한국군 탄도미사일의 파괴력이 최대 4배 정도 늘어나게 됐다. 실전 배치만 하지 않는다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기술 개발도 가능해졌다. 하지만 주변국과 비교해 사거리가 아직 부족하고 민간로켓에 고체연료를 사용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개정된 지침의 핵심은 300㎞로 묶여 있던 국산 탄도미사일 사거리를 800㎞로 늘린 것이다. 탄두중량은 현행 500㎏을 유지하지만 사거리와 탄두중량을 총량 안에서 조정할 수 있는 ‘트레이드오프(Tradeoff)’가 적용돼 실질적으로 증가 효과가 있다.

예를 들어 사거리를 300㎞로 할 경우 탄두중량은 2000㎏까지 늘릴 수 있다. 탄두중량이 늘어난다는 것은 그만큼 파괴력이 강해진다는 뜻이다. 신원식 국방부 정책기획관은 7일 “우리나라 남부지역에서도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게 돼 사실상 탄두중량 규제가 해제된 셈”이라고 말했다.

탄도미사일 사거리가 800㎞까지 늘어나면서 제주도에서는 평안북도 신의주까지, 포항 남쪽에서는 함경북도 온성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됐다. 우리 군 미사일기지가 중부지역에 주로 배치된 것을 감안하면 사실상 사거리 550㎞만 확보돼도 북한 주요 군사기지와 지휘부를 공격할 수 있다. 미사일 전문가들에 따르면 중부지역을 기준으로 가장 위협이 되는 북한 미사일기지는 300㎞ 이내에 4∼5개, 300∼400㎞에 6∼7개, 400∼550㎞에 9∼10개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지침 개정으로 탄두의 대기권 재진입 기술도 개발할 수 있게 됐다. 국책연구소 미사일 전문가는 “탄도미사일은 사거리가 600㎞ 이상이면 미사일의 궤도 중간 단계에서 탄두가 대기권 밖으로 나갔다가 다시 대기권으로 진입해야 한다”며 “이번 지침으로 이 같은 기술을 개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했다. 재진입 기술은 중·장거리 미사일뿐 아니라 민수용 장거리 로켓 개발에도 필수적이어서 개발에 성공한다면 우리나라 우주항공기술 발전에 상당한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된다.

트레이드오프 적용에 따라 다양한 형태의 미사일 개발도 가능해졌다. 사거리를 550㎞로 할 경우 탄두중량은 1000㎏까지 늘릴 수 있게 되면서 한 개의 발사체에 여러 개의 탄두를 싣는 다탄두각개유도미사일(MIRV)도 개발할 수 있다.

사거리 800㎞ 이상의 미사일을 제한 없이 연구·개발할 수 있게 된 점도 성과다. 실전 배치만 하지 않는다면 ICBM 기술 개발도 가능해진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최대 사거리를 800㎞로 제한한 데 대한 비판이 적지 않다. 북한뿐 아니라 중국과 일본, 러시아의 미사일 사거리에 비해 크게 뒤진다는 이유다. 로켓의 추진력 향상에 필요한 고체연료를 민간로켓 개발에도 사용토록 하는 내용이 이번 지침에 포함되지 않은 것도 아쉬운 대목으로 꼽힌다.

최현수 군사전문기자 h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