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독자노선’ 명분 쌓나… 정책구상 회견서 단일화 ‘단’자도 언급 없이 정치권 맹공

입력 2012-10-07 19:16


무소속 안철수 대통령 후보가 7일 서울 공평동 선거 캠프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책 구상을 발표했다. 정치 혁신에 관해 가장 많이 얘기하면서도 야권 단일화에 대해선 시큰둥한 반응을 나타냈다. 회견 내내 본인 입으로 단일화의 ‘단’자도 꺼내지 않았다.

회견의 전체적인 뉘앙스는 현재로선 정치권과 손잡기보다 오히려 선을 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해 보였다. 야권 후보 단일화 없이 독자적으로 승부를 벌이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안 후보는 이전보다 몇 배 더 강한 어조로 정치권을 비판했다. 여야가 합의하지 못하는 풍토를 얘기하며 “정치가 아무 짝에도 쓸모없다고 탄식하는 국민들의 한숨이 들리지 않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자기주장이 아무리 소중해도 국민 눈물 앞에선 하찮은 것이다. 자기 이익이 그렇게 소중하면 정치가 아니라 차라리 장사를 해야 하지 않느냐”고 따졌다. 그러면서 “소수 기득권 편만 들던 낡은 체제를 끝내겠다”고 강조했다. 안 후보는 현 정치권을 ‘낡은 체제’ ‘고인 물’ ‘부패 체제’ ‘민의를 반영하지 못하는 시스템’ ‘정치가 아닌 전쟁’ 등의 표현으로 깎아내렸다.

그의 날선 비판은 야권 단일화를 염두에 두고 우위에 서겠다는 포석일 가능성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독자노선을 위한 명분 쌓기일 수도 있다는 해석이 많다. 민주통합당 인사들에 이어 이날 새누리당 김성식 전 의원을 영입하며 ‘정치권 새판 짜기’에 돌입한 모습도 보였다.

야권 단일화에 대해 현재로선 ‘노(No)’라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단일화 여부를 묻는 질문에 “출마 때 말한 대로 정치권이 개혁하고 국민이 동의해야 한다. 진정 정치개혁 의지가 있다면 지금이야말로 양당이 합의해 정치개혁을 할 유일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여야가 정치개혁을 ‘합의’하라는 주문인데, 사실상 이뤄지기 쉽지 않아 보인다. 안 후보가 계속해서 ‘어려운 조건’을 내걸어 민주당의 단일화 압박을 차단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안 후보는 특히 “오로지 저만이 정권교체와 정치개혁이라는 두 과제를 모두 이룰 수 있다”면서 민주당 문재인 후보에의 비교우위를 강조했다.

손병호 엄기영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