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코 던진 부모의 한마디, 아이에겐…
입력 2012-10-08 00:12
“넌 왜 그 모양이니” 상처주는 말 1위
“기운 내 할 수 있어” 좋아하는 말 1위
초·중등 학생들은 마음에 가장 상처가 되는 말로 “너는 왜 그 모양(꼴)이니”를 꼽았다. 가장 좋아하는 말은 “기운 내”였다. 학생 3명 가운데 1명은 키·몸무게 등 외모를 비하하는 언어적 폭력을 주변으로부터 당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올바른 언어사용에 대한 지도·교육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는 한글날(9일)을 앞두고 “편견과 차별적인 말, 가슴 아파요”라는 주제로 전국 초·중등 학생 194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7일 공개했다. 응답 학생 28.9%는 가장 마음에 상처가 되는 말로 “너는 왜 그 모양(꼴)이니”를 꼽았다. “○○○처럼 공부 좀 잘해라”(24%)와 같이 또래 친구와 학업 성적을 비교하는 말이 그 뒤를 이었으며, 키·몸무게와 같은 신체와 관련된 언급(20.9%), “내가 너 그럴 줄 알았어”(19.5%) 등도 마음속 상처로 남았다.
좋은 느낌을 주는 말 1위는 “기운 내, 할 수 있어”(27.8%)였다. “너는 참 좋은 애 같아”(22.4%), “너는 소중한 사람이야”(21%), “네가 자랑스러워”(14.3%), “사랑해”(12.5%) 순이었다.
차별·편견적인 말을 하는 주체는 또래 친구들이 가장 많았다. 응답 학생의 32%는 “뚱뚱한데 그만 먹어라”, “쟤는 못생겨서 싫어” 등 외모를 비하하는 말을 친구로부터 들은 적 있다고 답했다. 이런 말을 친구에게 한 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1.1%였다.
부모로부터 가장 많이 듣는 차별·편견적인 말은 “첫째가 모범을 보여야지”, “형이니까 동생에게 양보해” 등 가족 구성원 간 서열과 관련된 말(34.6%)이었다. 부모로부터 “머리가 나쁜 것 같다”, “왜 그렇게 공부를 못하니?” 등 성적과 관련된 말을 들은 학생도 26%에 달했다. 교사로부터는 “다른 애들처럼 공부 안 하니?” 등 학업성적(16.5%)과 관련된 말을 가장 많이 들었다.
차별·편견적인 말을 들었을 때는 ‘화가 난다’(40.5%)는 반응이 가장 많았으며, ‘상대방에게 되갚아주고 싶다’(24%), ‘우울하다’(19%)로 답한 학생도 적지 않았다.
그러나 ‘가정이나 학교에서 올바른 언어 사용 교육을 받은 적이 없다’는 반응이 75.9%(1473명)였다.
한국교총 관계자는 “차별·편견을 담은 말을 듣고 자란 학생은 아무런 죄의식 없이 다른 사람에게도 똑같은 언어 폭력을 하게 되므로, 어른들이 모범을 보이고 학교와 가정에서 적합한 언어를 쓰도록 교육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도경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