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영공 침범한 무인기 격추… 이란 소행?

입력 2012-10-07 18:59

21세기 첨단 무기인 ‘무인 비행체(드론)’가 첨예한 국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6일(현지시간) 남부 네게브 사막 지역의 영공을 침범한 드론 1대를 발견하고 F-16 전투기가 출격해 격추했다고 발표했다. 과거에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헤즈볼라의 드론을 몇 차례 격추한 사례가 있지만, 이번에는 격추 장면을 담은 동영상까지 공개하며 긴장을 고조시켰다. 알자지라뉴스는 “이례적인 일”이라고 전했다.

격추된 드론은 공격용이 아니라 정찰용으로 파악됐지만, 새로운 중동전쟁의 빌미가 될 수도 있다. 에후드 바라크 국방장관은 “영공 침해는 매우 심각한 사건”이라며 “(군사적) 대응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스라엘통신은 “레바논에서 발사돼 지중해를 지나 침투해 온 경로로 봤을 때 이란이나 관련 무장세력의 소행이 명백하다”며 “반드시 보복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란 혁명수비대는 지난달 무인기 ‘샤헤드 129’를 개발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게다가 이란의 핵개발로 이스라엘에서 이란 공습이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등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네게브 사막 디모나 지역에는 이스라엘의 비밀 핵시설이 있다.

파키스탄에서는 미국의 드론 공격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크리켓 스타에서 정치인으로 변신한 야당 지도자 임란 칸이 100여대의 자전거를 이끌고 6일 이슬라마바드 서부의 부족 지역에 도착하자 수천명이 거리로 나왔다고 알자지라방송이 보도했다. 칸은 미국의 반전단체 ‘코드핑크’, 영국의 사회운동가 클리브 스미스 등과 함께 드론 공격 중단을 요구하며 자전거 순례를 벌이고 있다.

미군은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의 접경 지역인 와지리스탄 지역에서 드론 공격을 강화하고 있다. 이 지역은 알카에다 수뇌부가 장악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불리는 곳이다. 하지만 드론이 민간인을 오폭하는 경우가 잦다. 미 싱크탱크 뉴아메리칸재단에 따르면, 미군이 파키스탄에서 2004년부터 실행한 330차례의 드론 공격으로 어린이 176명이 사망했다. 코드핑크는 드론 공격 피해자의 95%가 민간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중동은 물론 세계적으로 군사적인 목적의 드론 사용은 오히려 늘어나고 있다. 군 입장에서는 병력의 피해 부담 없이 정찰과 공격 업무를 실행할 수 있는 데다, 기술 개발로 드론의 비행거리와 활용 범위도 넓어졌다. 미군은 물론이고 중앙정보국·국가안전회의(NSC), 국토경비대도 드론을 사용하고 있다. 포린폴리시는 “기관별로 드론 폭격 대상 명단을 작성하고 있지만 오폭에 책임을 지거나 전체적으로 통제하는 곳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