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예부대인데…북한군 내부 도대체 무슨 일이?

입력 2012-10-07 20:49

북한군 1명, 상관 2명 살해 후 南 귀순

최정예부대로 알려진 북한 군사분계선(MDL) 경계부대에서 이례적인 군기(軍紀) 사건이 벌어지면서 북한 군 내부에 이상 징후가 포착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일고 있다. 사건 바로 다음 날인 7일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강도 높은 적대분자 색출작업을 지시했다고 한 조선중앙통신의 보도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사상교육 투철한 MDL 부대마저=북한 MDL 경계부대는 귀순 방지 등을 목적으로 출신 배경이 좋고 사상교육이 투철한 장병들로 구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이번 귀순 사건이 일어난 MDL 부근에는 아무런 장애물 없이 남·북 초소 사이가 500m에 불과해 장병 선발에 더욱 신중을 기했을 가능성이 크다. 또 최전방부대 특성상 군기도 센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에서 상관을 2명이나 살해하고 귀순한 일은 우리 군 당국으로서도 예상치 못한 사건이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 군의 기강해이가 심각한 수준임을 보여주는 사건”이라며 “자신들의 치부가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이 사건을 공론화하거나 문제 삼으려 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사건 직후 우리 측 인원 2명의 개성공단 입경을 취소했지만, 8일부터는 정상적인 입·출경을 허용할 예정이다.

◇북한 내부에 무슨 일이?=이번 사건이 돌출적인 1회성일 수 있지만 지난 7월 이영호 총참모장 숙청 이후 군이 쥐고 있던 경제권을 빼앗으면서 싹튼 북한 군부 내 불만 및 사기 저하와 무관치 않은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북한은 최근에는 군뿐만 아니라 민간 경제도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북매체인 데일리NK에 따르면 북한의 쌀값과 환율이 6개월째 고공행진을 거듭하면서 역대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NK가 집계하는 ‘북한 장마당 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24∼27일 평양, 신의주, 혜산 등 3개 주요 도시 쌀값은 전달 대비 ㎏당 1300∼2200원 올라 각각 6300∼6800원을 기록했다. 미국 달러 대비 북한 원화 환율 역시 전달보다 970∼1260원이 오른 6370∼6500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해 9월 15∼21일 북한 주요도시의 쌀값과 환율이 각각 2300∼2400원, 2850∼2900원 수준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1년 만에 거의 3배가 상승한 것이다.

따라서 김 제1위원장이 국가안전보위부(우리의 국가정보원에 해당)를 방문해 강도 높은 적대분자 색출작업을 지시한 것도 군과 민간 할 것 없이 일어나고 있는 동요를 공안통치로 짓누르기 위한 시도로 볼 수 있다. 그는 “원수들의 사상·문화적 침투와 심리모략 책동을 단호히 짓부숴버리기 위한 투쟁을 강도 높이 벌이고 어리석게도 딴 꿈을 꾸는 불순 적대분자들은 단호하고도 무자비하게 짓뭉개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김정은의 이 같은 지시에 따라 앞으로 북한 사회에서 고강도의 공안통치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