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정아표 ‘까칠한 능청’ 여전히 돋보인다… SBS 주말극 ‘내 사랑 나비부인’ 주인공역

입력 2012-10-07 18:38


까칠한 능청스러움이 여전히 빛났다.

6일 첫 방영된 SBS TV 주말드라마 ‘내 사랑 나비부인’에서 주인공 염정아(40)는 그라운드를 누비는 뛰어난 슈터의 역할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염정아 캐릭터’를 살리기 위한 대본도 슈터의 골 결정력을 돕고 있다.

‘…나비부인’은 안하무인 톱 탤런트 출신 결혼 1년차 유부녀 남나비(염정아)를 중심으로 한 가족드라마. 제멋대로인 그녀가 시집가서 ‘메지콩식당’이라는 가족의 공간으로 찾아들면서 벌어지는 얘기다. 세속적 욕구, 가족공동체의 애환이라는 흥미와 가치를 드러내는 제일선 주자가 남나비, 즉 염정아다.

염정아는 우선 능청 연기로 시청자를 주저 앉혔다. 한물 간 자신의 주제도 파악 못하는 남나비를 향해 매니저가 볼멘소리로 웅얼거리자 “욕하지 마, 속으로 해도 다 들려”라고 말한다. 그 ‘염정아 표’ 연기. 미간 하나 찡그리지 않고도 남들을 웃기게 만드는 힘, 묘한 눈빛의 매력, 시원한 발성이 이를 뒷받침한다. ‘넝쿨째 굴러온 당신’의 김남주(차윤희 역)가 멜로라는 단선의 매력이라면, 염정아는 코믹과 스릴러라는 복선(複線)의 매력 연기자라고 할 수 있다.

남나비는 기획사 사장의 캐스팅 제의를 자기 식으로 해석, 한마디로 정리한다. “핑계대고 술 한 잔 하려고 수 쓰는 거겠지”하는 대사다. 미트에 꽂히는 직구 같은 식의 대사는 그녀에게 맡겨야 제맛이 난다. 잘못 연기하면 장마철 눅눅해진 팝콘 씹는 맛이 될 수 있어서다.

염정아의 첫회 연기에서 빛나는 또 한 부분은 ‘연기 못하는 톱 탤런트’ 연기다. 남나비는 데뷔 이후 연기자상을 받고 “미모에 발목 잡히지 않고 연기로 승부하는 연기자가 되겠다”고 공언하나 인생사 희로애락과 오욕칠정을 똑같은 표정으로 연기해 열광시킨 ‘남나비 연기세트 10종’이 네티즌에 유포될 만큼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 10종, 즉 의사 경찰 승무원 환자 등의 복장에 얼굴 표정은 똑같은 ‘고난도 연기’를 소화해 내야 했다. 연기 잘하는 배우가 못하는 척 하는 연기다. ‘보톡스 효과’로 눈만 울고 웃는 일부 연기자를 빗댄 느낌도 받는 플롯을 역시 능청스럽게 이끌어 갔다.

그녀의 코믹 연기력이 앞으로 어떻게 집중되고 분화될지 알 수 없다. 다만 그녀가 30∼40대 연기자의 허리 역할을 하는 뛰어난 연기자라는 사실을 시청자는 흐뭇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전정희 선임기자 jhj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