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안철수 후보 공약 더 구체적이어야 한다

입력 2012-10-07 18:32

안철수 무소속 대통령 후보가 집권 후 정책 청사진을 담은 비전선언문을 발표했다. 곧이어 안 후보 측 선거 캠프에서 정치 분야를 담당하는 정치혁신포럼과 경제 분야를 맡은 혁신경제포럼은 비전선언을 구체화한 내용을 밝혔다.

안 후보가 분야별로 정책의 형태를 갖춘 ‘공약’을 발표한 것은 처음이다. 이전에는 물론이고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한 지난달 19일 이후에도 안 후보에게는 원론적인 이야기 대신 구체적인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는 여론이 높았다. 대선을 불과 70여일 남겨놓은 시점을 고려하면 많이 늦었지만, 그래도 유권자들이 최소한의 판단 근거로 삼을 수 있는 콘텐츠를 발표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안 후보는 비전선언문에 정치개혁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을 적지 않게 반영했다. 그는 “대통령이 군림하고 통치하는 시대를 뛰어넘겠다”고 전제했다. 정치혁신포럼은 이를 위한 구체적 방안으로 청와대 이전, 국정조사권 발동 완화, 무소불위의 검찰권 견제를 위한 고위공직자부패수사처 신설 등을 제시했다. 사면권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행사하고, 낙하산 인사를 없앤다는 내용도 담겼다.

경제 분야에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고, 청년·여성·노인의 경제참여 확대 등을 약속했다. 중소기업, 자영업자, 소상공인을 지원하고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의지도 포함됐다.

그럼에도 안 후보의 비전은 여전히 추상적인 차원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그는 “남북한 대화·협력, 주변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통해 함께 사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으나 그 방법을 제시하지 않았다.

경제 분야 정책을 발표하면서도 새로운 성장동력은 과연 무엇인지, ‘개인과 기업이 함께 성공하는 경제’란 어떤 형태인지, ‘노인 빈곤을 제로로 만들기 위한 꼼꼼하고 현실적인 계획’은 무엇인지 아직 밝히지 않았다. 청와대 이전을 제외하면 각종 정치개혁 방안 역시 지금까지 여러 차례 제기됐으나 실현되지 못한 사안들이다. ‘무엇을’이 아니라 어떻게 하느냐가 성패를 가르는 정책들이지만 ‘어떻게’에 대한 설명은 다음으로 넘겼다.

안 후보 측은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모으고, 일반 유권자가 참여하는 온라인 토론의 장을 만들어 현실적인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이 같은 수평적 토론의 장이 비전을 구체화하는 새로운 방식이 될 것이라는 희망도 피력했다. 그러나 시간이 많지 않다. 정치는 한정된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기 위해 존재하는 시스템이다. 이해관계가 다른 모든 사람을 만족시킬 수 있는 정책은 찾기가 쉽지 않다. 안 후보에게는 앞으로 5년 동안 대한민국을 어떻게 이끌지를 담은 구체적인 청사진을 유권자들에게 신속히 제시할 의무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