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추양세미나] “한경직 목사의 따스한 리더십이 그립다”
입력 2012-10-07 18:30
[미션라이프] “한경직 목사님은 조화 지향적이셨어요. 갈등이나 불협화음을 싫어하신 분이셨죠.”
지난 4일 추양재단(이사장 강병훈 목사) 주최로 강원도 속초시 설악동 추양하우스에서 열린 ‘2012 추양세미나’. 박명우 경민대 교수가 고 한경직 목사가 지녔던 이른바 ‘통합 지향적’ 성품을 얘기하자 참석자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6일까지 이어진 세미나는 갈등과 분열, 반복과 대립 상황에 처한 한국 교계의 현실 속에서 ‘겨울 길목의 가을볕(추양)’으로 불렸던 한 목사의 신앙과 삶을 기리고자 마련된 자리였다. 올해 주제는 ‘한경직 목사에게서 배우는 나라사랑’. 하지만 2박3일 동안의 세미나에서는 한 목사의 생애 전체가 조명되는 시간이었다. 현재 한국 교계의 엄중한 현실이 반영되는 듯했다.
첫날, 기조 강연자로 나선 홍정길 남서울 은혜교회 원로목사는 “한 목사님은 목회자들과 성도들에게 가장 중요한 목회와 신앙의 본을 보여주신 분”이라며 “하지만 정작 본인은 우리들에게 ‘내가 하나님의 은혜 아래서 평생 살았다. 만약 여러분이 나를 본다면 나를 붙잡고 있는 (하나님의) 은혜를 봐야 한다’며 자신은 기어코 낮추셨던 분”이라고 전했다. 이전투구와 불협화음이 난무한 교계 현실에서 가장 필요한 게 무엇인지 말해주는 것 같았다.
이어 이재훈 온누리교회 담임 목사도 “한 목사님은 결코 큰 소리 치면서 말씀하시는 분이 아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목소리를 내셨던 분”이라며 “한 목사님의 리더십이야말로 ‘약할 때 오히려 강함이 되시는’ 예수님의 역설적인 리더십을 삶과 신앙으로 보여주신 분”이라고 강조했다.
특별강의자로 나선 이성희 연동교회 담임 목사가 경험한 생전 한 목사와의 에피소드는 참석자들에게 때때로 미소와 눈물을 짓게 만들었다. 이 목사는 한 목사가 원로목사로 물러나 있던 영락교회에서 8년 동안 전도사와 행정목사로 사역했다.
“어느 날, 한 목사님이 식사를 마치시고 식당 밖으로 나올 때였어요. 당시 원로목사였던 한 목사님을 모시던 운전기사가 신발을 발 앞에 갖다 드리자, 한 목사님은 특유의 억양으로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라고 두 번씩이나 고마움을 표하더라고요. 자신보다 높은 분한테 하시는 것처럼 말이죠. 허영이 아니라 진심이 느껴졌어요.”
이 목사는 몇몇 현역 목회자들과 함께 말년의 한 목사를 찾아갔던 일화 한 토막도 소개했다. 당시 이 목사 일행은 한 목사에게 ‘어떻게 성공 목회를 할 수 있었냐’고 물었다. 그런데 한 목사는 그 질문에 한참동안 침묵을 지키다가 어렵게 입을 열었다고 한다.
“나는 지금까지 한번도 내가 목회에 성공했다고 생각해 본적이 없어요. 저 시골에서 교인 몇 명을 데리고 평생 헌신한 목사님이 성공한 것인지, 내가 목회 성공한 사람인지는 하늘나라에 가봐야 알겠습니다.” 한 목사의 낮고 겸손한 마음이 추양(秋陽)처럼 따뜻하게 전해지는 것 같았다.
속초=글·사진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