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룸에서-맹경환] 중국·대만과 남북한의 경제협력
입력 2012-10-07 18:34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남북교역 규모는 보통 사람들의 예상과 달리 그렇게 크게 줄지 않았다. 2007년 말 18억 달러에서 지난해 말 17억 달러 정도로 줄었으니 하락 폭은 5.5% 정도에 불과하다. 남북 관계가 경색된 것 치고는 큰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성공단을 포함한 이른바 특구 거래를 제외한 일반 교역 및 위탁 가공 부문 등 실제 무역만 따로 떼어 보면 2007년 7억9000만 달러에서 지난해 400만 달러로 거의 제로가 됐다.
남한과 북한이 경제적으로 멀어지는 사이 북한과 중국은 한층 더 가까워지고 있다. 2000년 이후 2007년까지는 남북과 북·중의 교역 규모는 함께 상향곡선을 그렸다. 하지만 2008년 이후 두 그래프는 멀어지고 있다.
2000년 5억 달러 수준이던 북·중 무역 규모는 지난해 56억 달러로 10배 이상 증가했다. 2007년 말 19억7000만 달러 수준에서 3배 가까운 수준으로 성장했다. 북한 전체 무역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 안팎에서 89%까지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다.
북한과 중국의 경제협력은 최근 북한 실세로 꼽히는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의 중국 방문 이후 더욱 가속도가 붙었다. 중국 대기업들은 잇따라 대북 투자 계획을 내놓고 북한은 항구개방 확대, 세금감면 정책 검토 등으로 맞장구를 치고 있다.
북·중 경제협력에 대해서는 지나치게 낙관론이 많은 것 같다. 중국과의 경제협력으로 북한 경제가 안정되고 성장하면 북한의 개혁·개방이 가속화될 것이고 장기적으로는 결국 통일비용이 줄 수 있지 않겠느냐는 논리다.
아전인수식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남북 경협이 위축되는 사이 그나마 중국이 그 자리를 메워줘 다행이라는 얘기 정도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북한이 중국과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남한과는 거리는 멀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북한에 우호적인 정권이 들어선다 해도 말이다.
벌써 북한은 전체 무역의 90% 가까이를 중국에 의존하게 됐다. 그리고 이대로 가다간 북한 경제가 중국에 예속되지 말란 법도 없다. 중국 입장에서는 북한이 중요한 경제성장의 한 축이 된다면 남북의 통일로 그 틀을 깨고 싶지 않을 것이다. 북한 경제가 중국에 예속화되는 것이 남과 북의 통일, 특히 그에 앞서서 경제통합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이 시점에서 중국과 대만의 경제협력 관계를 참고해 볼 필요가 있다. 중국과 대만은 초기 정치·군사적 충돌 속에서도 정경분리 원칙 하에 경제협력을 우선시해 왔다.
그 결과 2011년 대만은 중국에 937억 달러, 중국은 대만에 437억 달러를 수출했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두 나라가 처음 무역을 시작한 1979년에 비해 대만의 수출액은 4260배, 중국의 수출액은 781배 증가했다. 지난 8월 양국 중앙은행은 ‘화폐 청산 양해각서’를 체결해 사실상 두 나라는 경제적 통합 단계까지 진입했다.
우리나라에는 내년이면 새 정권이 들어선다. 대선 후보들이 경협에 관련된 중국과 대만의 관계를 한번 고찰해 봤으면 좋겠다.
보수든 진보든 누가 정권을 잡는지에 관계없이 정경분리라는 기본 원칙에 합의하지 않는다면 남북 경협은 부침을 겪다 결국 언제나 제자리걸음일 수밖에 없다. 경제적 통합 과정은 상호 신뢰에 도움을 주고, 결과적으로 평화 체제를 앞당길 수 있다.
맹경환 경제부 차장 khmae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