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퇴직 공무원들의 낙하산 인사 관행 없애야
입력 2012-10-07 22:10
최근 4년간 한국은행 퇴직후 제2의 직장을 찾은 고위 임직원 중 절반가량이 은행이나 카드사, 보험사 등 한은의 감독대상 기관에 재취업했다는 국감 자료가 나왔다. 한은이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2급 이상 한은 간부 출신 재취업자 14명 가운데 7명이 공직자윤리위원회가 정한 ‘퇴직공직자 취업제한대상 사(私)기업’에 재취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공직자윤리법은 퇴직공직자는 퇴직일로부터 2년이 지날 때까지 퇴직 전 5년간 맡은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사기업엔 취업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감독기관이나 유관 기관의 퇴직 공무원들이 민간회사에 낙하산으로 내려가 로비스트나 방패막이 역할을 하면서 민·관이 유착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한은은 취업이 제한된 기업이긴 하지만 예외적으로 공직자윤리위원회의 취업승인을 받았기 때문에 적법한 인사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렇게 빠져나간다면 공직자윤리법은 있으나마나다. 더구나 지난해 8월 말 한은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한은은 금융회사에 대한 조사·감독 권한까지 얻었다. 지난해 저축은행 사태에서 보듯 금융감독 당국의 낙하산 인사 관행이 어떤 폐해를 가져왔는지 상기한다면 그냥 넘길 일이 아니다. 국감 자료에 따르면 최근 4년간 금융감독원 1, 2급 간부 재취업자의 90%가 시중은행 저축은행 증권·보험사 등 피감기관에 재취업했고, 최근 2년간 공정거래위원회 4급 이상 간부 24명 중 58%는 대기업 자문이나 대형 로펌 고문직 등으로 자리를 옮겼다. 다른 부처 산하 업체들의 ‘전관예우’ 관행도 여전하다. 퇴임 전 관련 업무에서 빼주는 ‘보직 세탁’을 막기 위해 지난해 10월 공직자윤리법을 개정해 퇴직 전 관련 업무 제한기간을 3년에서 5년으로 늘렸지만 속수무책이다.
공직자윤리법을 더 강화해야 한다. 아예 재취업 제한 기준을 ‘재직시 관련 업무’가 아니라 ‘재직기관과 관련 있는 기업’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공직자윤리위의 취업심사도 엄격히 적용해야 한다. 공직자 이중취업 등 위법 행위조차 걸러내지 못하는 조직이라면 곤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