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2018 평창으로] 자력 진출 프로젝트 가동… 안양 한라, 소속 선수 핀란드 리그 파견 선진 기술 습득

입력 2012-10-07 18:22


번개 같은 스피드, 묘기에 가까운 퍽 핸들링, 시속 160㎞로 날아가는 슬랩샷…. 아이스하키는 동계올림픽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끄는 종목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찬밥 신세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아이스하키 경기장은 텅 빌지 모른다. 한국이 출전하지 못한다면 말이다. 아이스하키 선수들은 국민들의 무관심 속에서도 평창올림픽을 바라보며 묵묵히 빙판을 누비고 있다. 한국 아이스하키를 평창올림픽 본선에 진출시키기 위한 프로젝트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한국이 세계 랭킹 18위 안에 들면 평창동계올림픽 자동 출전권을 주겠다.”

지난 3월 방한한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 르네 파셀 회장이 한국에 내놓은 당근이다. 파셀의 발언에 고무된 한라그룹(회장 정몽원)은 한국 아이스하키 수준을 높여 평창올림픽에 자력 출전하기 위해 파격적인 결정을 내렸다. 안양 한라 아이스하키팀 소속 10명을 핀란드리그에 임대 선수로 보내기로 한 것. 인구 550여만 명의 소국인 핀란드는 북미아이스하키리그(NHL), 러시아아이스하키리그(KHL)와 함께 세계 3대 리그로 통하는 SM리가를 운영하는 아이스하키 강국이다.

안양 한라의 김기성(27)과 동생 김상욱(24), 김우영(24), 성우제(20), 박성제(24)는 지난 7월 14일 출국해 핀란드 2부 리그인 메스티스리그의 HC 게스키 우지마에 합류했다. 입단 테스트를 받고 귀국한 골리(골키퍼) 박성제를 제외한 4명은 현재 메스티스리그에서 뛰고 있다.

수비수 성우제는 최근 핀란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처음에 핀란드 선수들은 우릴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다. 우리가 누군지, 왜 왔는지 모르겠다는 눈치였다. 몇 차례 연습을 한 뒤 그들은 우리가 아이스하키를 꽤 잘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며 현지 적응의 어려움을 털어놓았다.

박우상(27), 김윤환(27), 조민호(25), 신상우(25), 이돈구(24)는 같은 달 25일 출국해 키에코 완타에 합류했지만 돌발 변수가 생겨 귀국했다. 수익금 배분 문제를 놓고 벌어진 노사 갈등으로 NHL이 파행을 거듭하자 NHL에서 뛰던 핀란드 출신 선수들이 대거 귀국해 설 자리를 잃은 것. 안양 한라로 복귀한 이들은 현재 아시아리그에 출전하고 있다.

안양 한라는 내년 시즌 핀란드에서 팀(가칭 유로 한라·Euro Halla)을 창단해 메스티스리그에 참여할 계획이다. 유로 한라가 정착되면 한라는 아시아리그에 참가하는 팀과 핀란드리그에 참가하는 팀으로 이원화해 운영할 방침이다. 유로 한라는 ‘프로팀으로 위장한 평창올림픽 대표팀’이 될 전망이다.

양 사무국장은 “한국이 평창 동계올림픽에 자력으로 출전하려면 우리 선수들이 큰 무대에서 많은 경험을 쌓아야 한다”며 “팀을 창단하면 한국 선수들을 대거 영입해 경기력을 향상시킬 수 있도록 충분한 출장 시간을 보장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태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