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장지영] 프로야구 700만 시대의 그림자
입력 2012-10-07 18:34
프로야구가 700만 시대를 열었다. 2012 프로야구 정규 시즌은 6일 총 관중 715만6157명을 기록하고 끝났다.
출범한 지 30년 된 프로야구가 국내에서 가장 인기 있는 프로스포츠로 자리매김한 원동력으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금메달과 2009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준우승 등 국제대회에서의 성과를 꼽을 수 있다. 또 국내 리그의 질적 수준 상승과 구단들의 적극적인 마케팅 역시 야구 팬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특히 올해는 박찬호, 이승엽 등 해외파들이 복귀한 데다 구단들의 순위 싸움이 막판까지 이어지며 흥행에 불을 붙였다.
2013 시즌에는 800만 관중에도 도전할 수 있게 됐다. 내년 3월 열리는 WBC 본선에서 한국 대표팀이 선전하면 그 효과는 고스란히 프로야구의 인기로 이어질 것이고, NC 다이노스의 1군 합류도 새로운 원동력으로 작용할 터다. 프로야구계의 다음 숙제인 10구단 창단 작업도 가시화되고 있어 1000만 관중도 꿈만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프로야구에 장밋빛 미래만 계속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야구계에서는 지금과 같은 인프라와 환경에서 700만 관중을 기록한 것은 기적에 가깝다고 말한다. 구장 대부분이 평균 40년 이상으로 낙후됐기 때문이다. 규모도 작아서 2만명 이상 수용 가능한 곳은 3개뿐이다.
지난 9월 30년 만에 국내에서 처음 열린 제25회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는 부끄러운 수준의 한국 야구 인프라를 전 세계에 드러내는 계기가 됐다. 당시 태풍 때문에 폭우가 내리자 경기가 잇따라 취소된 것은 물론 변변한 실내 연습 공간도 없어 각국 선수들은 훈련할 장소를 찾지 못해 허둥대야 했다. 각 구단들이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도 낙후된 구장 인프라를 하루 빨리 개선해야 한다. 특히 비가 와도 경기에 지장을 받지 않는 돔구장 건설은 필수적이다.
그리고 구단이 늘어도 경기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저변이 부족한 학교 야구에 투자를 해서 기본기를 갖춘 좋은 선수를 더 많이 길러내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10구단 체제와 그에 따른 경기 수를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하다. 또한 일반인들이 취미로 생활 속에서 야구를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나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프로야구의 인기가 전성기를 달리고는 있지만 고질적인 문제점을 해결하지 않으면 팬들은 언제든 등을 돌릴 수 있다.
장지영 차장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