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70여일 앞둔 국정감사 첫날부터 파행… 후보 흠집내기 “네거티브 국감”
입력 2012-10-05 19:04
끝날 줄 모르는 말꼬리 잡기와 수시로 터져 나오는 고함, 발언권 없이 끼어드는 막무가내 회의진행 방해, 위원장들의 일방적 정회 선언…. 대통령 선거를 70여일 앞두고 열린 19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예상대로 파행으로 얼룩졌다. 여야가 상대 후보에 대한 원내 검증을 본격화하면서 다툼도 거칠어지고 있다.
5일부터 20일간 일정으로 시작된 국감 첫날, 의원들이 여야 후보와 관련된 문제들로 맞붙으면서 꼴불견이 곳곳에서 연출됐다. 새누리당 박근혜,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이름이 나오지 않는 상임위가 거의 없었다. 의원들부터도 “뒤 캐기 국감, 네거티브 국감 아니냐”고 서로를 비아냥거렸다. 덕분에 공무원들만 살판났다.
가장 뜨거운 곳은 서울시교육청을 상대로 한 교육과학기술위원회 국감장으로 박 후보가 이사장을 지낸 정수장학회에서 시작해 결국 정수장학회로 회의가 끝났다. 민주당 간사인 유기홍 의원은 개회되자마자 “정수장학회 장학생들이 ‘청오회’ ‘상청회’라는 조직에 가입토록 돼 있는데 두 조직은 ‘박정희 우상화 교육’ 모임”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박홍근 의원도 “박 후보가 정수장학회 비상근 이사장 재직 때인 1995∼2005년에 11억3720만원의 보수를 받았는데 비상근은 보수를 못 받게 돼 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여당 간사인 김세연 의원은 “대한민국에 많은 장학재단이 있는데도 정수장학회만 문제 삼는 건 정치공세”라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박 후보는 상근직으로 근무했다”고 주장했다. 개회 뒤 50분이나 이 문제로 공방이 계속되자 정회가 선언됐고 종일 정회와 속개가 반복됐다.
기획재정위원회의 기재위 국감에서 무소속 박원석 의원은 “박 후보 외사촌 형부인 정영삼(76)씨가 박정희 정권 시절 국책사업으로 조성된 한국민속촌을 특혜 인수해 수천억원대 부동산 재벌이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박 후보 측은 “사돈의 8촌까지 검증하려는 것은 전형적인 흠집내기”라고 비판했다.
행정안전위원회의 중앙선관위 감사는 선관위와 전혀 무관한 고(故) 장준하 선생의 의문사 사건 증인채택 문제로 정회와 속개를 반복했다. 결국 오후 5시30분쯤 선관위 직원들에게 질문 한번 하지 못한 채 산회했다.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 국감에서는 문화재청이 ‘새마을운동’ 기록물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하려는 데 대해 설전이 벌어졌다. 민주당 김한길 의원은 “문화재도 아닌 것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려는 것은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라고 꼬집었다. 그러자 새누리당 김희정 의원은 “한국 하면 떠오르는 게 새마을운동인데 세계적으로 평가받을 기회”라고 두둔했다.
국방부에서 열린 국방위 국감에서는 문 후보가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김종태 의원은 “문 후보가 전날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 토론회에서 서해의 우리 영해 안에 공동어로구역을 만들자고 했다”며 “미사일 개발과 생화학탄 연습을 하는 북한의 위협은 무시하겠다는 태도”라고 주장했다.
정무위의 국무총리실 국감에서 새누리당 박민식 의원은 “안 후보를 다룬 교과서가 TV 인터뷰 내용을 그대로 싣고 있는데 오락물 내용을 교과서에 썼다가 서울대 황우석 교수처럼 거짓으로 판명되면 어떡하냐”고 따졌다. 반면 민주당 김영환 의원은 “안 후보의 서울 문정동 아파트 검인계약서가 어떻게 유출됐느냐. 권력기관의 뒷조사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손병호 엄기영 임성수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