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정감사] 어린이집 ‘보육료 깡’ 봇물… 국고 줄줄
입력 2012-10-05 18:54
보육교사 3년차 A씨는 지난해 가을 구청 홈페이지에 자신이 다니던 B어린이집에 대한 감사를 촉구하는 민원 글을 올렸다. 가짜 원생을 허위 등록해 보조금을 수령하는 아동 허위등록 등의 혐의였다. 보조금 일부를 리베이트로 부모에게 되돌려주는 ‘보육료 깡’도 잦았다. 구청은 곧 조사에 착수했다. 감사 다음날, A씨는 원장으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처음에는 나인 걸 어떻게 알았지, 싶었어요. 지금 생각해보면 순진했던 거죠. 나중에 구청 담당직원들과 임원단이 1박2일 워크숍에서 함께 찍은 사진을 보고 알게 됐어요. 민원이 제기되면 구청 직원이 ‘원장님네 민원 들어왔던데요’ 이렇게 흘려주는 구조였던 거죠. 그래서 경력이 오래 된 교사들은 민원 같은 걸 절대 제기하지 않아요. 저만 몰랐던 거예요.”
보건복지부 감사를 거쳐 B어린이집은 결국 폐쇄 조치됐지만 1년 넘도록 A씨의 취업 길은 막혀 있다. 이력서를 낸 곳만 50곳이 넘는데도 답은 없었다. 한 동료교사는 “인근 어린이집 원장들 사이에서 (A씨) 이름이 ‘취업불가’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고 귀띔해줬다.
어린이집 비리 중 특히 부모와 공모하는 ‘보육료 깡’은 내부 고발이 없으면 적발이 어려운 게 현실이다. 하지만 A씨 사례가 보여주듯 내부 고발자 중 상당수는 신원이 공개돼 업계에서 ‘왕따’되기 때문에 보육교사 사이에는 침묵이 당연시된다. 민주통합당 남윤인순 의원이 5일 서울의 한 민간어린이집연합회(이하 연합회)의 온라인 카페 내용을 공개하며 내부 고발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관할 기관과 어린이집의 유착 가능성을 제기했다.
“내부고발인은 백의백 다 찾아냅니다.” (연합회 관계자가 올린 글)
안팎의 감시가 소홀한 사이, 지난 3년간 아동허위등록은 급증했다. 남윤인순 의원이 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어린이집 법규위반 및 처분 실적’ 자료를 보면, 아동허위등록 적발사례는 2009년 247건에서 2011년 608건으로 2.5배 증가했다. 원장, 교사 등을 허위등록한 경우까지 합치면 위반사례는 2011년 842건(2009년 464건)으로 늘어난다.
2010년 부모 불만신고 및 내부고발을 위해 어린이집이용불편센터가 신설됐지만 민원 글이 삭제되는 등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남윤인순 의원은 “어린이집이용불편센터를 통해 내부고발을 활성화하는 등 부정수급을 막을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전면 무상보육이 제대로 뿌리를 내릴 수 있다”고 밝혔다.
이영미 기자 ym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