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내각, 대북접촉 혼선 노출… 외무성·납치문제본부, 조율없이 北인사 따로 만나

입력 2012-10-05 21:42

일본의 대표적인 보수우익 인사 마쓰바라 진(松原仁) 일본 공안문제위원장 겸 납치문제담당상의 퇴진 이유는 무엇일까. 노다 요시히코(野田佳彦) 일본 총리는 지난 1일 개각을 단행하면서 마쓰바라를 교체했다. 영토 문제를 새 내각의 기본방침으로 정하는 등 당내 보수파에 힘을 실었던 만큼 강경파인 마쓰바라의 교체는 뜻밖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그의 퇴진 이유는 대북 접촉과정의 혼선 탓이라는 분석이 제기됐다. 5일 아사히신문에 따르면 일본 외무성과 납치문제대책본부는 북한과 따로 접촉했다. 지난 8월 말 북·일 과장급 대화 당시 일본의 두 기관이 북한의 동일 인물을 거의 동시에 만났다는 것이다.

외무성은 8월 29일부터 3일간 과장급 관료를 베이징에 파견, 북한 외무성 유성일 일본과장과 접촉했다. 이때 마쓰바라도 납치문제대책본부 직원 3명을 베이징에 보냈다. 직원들은 30일 유 과장을 만나 납치 문제 해결을 촉구했다.

두 기관의 사전 조율이나 공조도 없었다. 당시 일본 외무성은 납치문제대책본부가 유 과장을 만난 사실을 알지 못했다. 마쓰바라는 대북 접촉에 납치문제대책본부 직원도 끼어줄 것을 요구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독자적으로 직원을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아사히신문은 “두 기관이 같은 시기에 같은 사람을 따로 만나 각각 논의한 것은 교섭창구가 어디인지 북한에 잘못된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외무성은 불쾌감을 표시했고, 마쓰바라는 결국 북·일 접촉 후 한 달 만에 교체됐다. 그는 “(위안부 강제 연행을 인정한) ‘고노 담화’를 수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던 인물이다.

한편 NHK방송은 중국 주재 일본대사에 기테라 마사토(木寺昌人) 내각관방 외교담당 부장관보(차관급)를 기용할 방침이라고 보도했다. 내각관방의 외교담당 부장관보는 총리 측근에 있는 외교 담당 공무원 중 최고위직이다. 한국의 청와대 외교안보수석비서관과 비슷하다.

일본이 지난달 11일 취임한 기테라 부장관보를 중국대사로 보내기로 한 것은 총리 측근 인사를 통해 악화된 중·일 관계를 개선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상대국 동의를 받아 대사로 정식 발령을 내려면 한 달 이상 걸리는 만큼 대사 부임 시점은 11월이 될 전망이다.

일본은 지난달 니와 우이치로(丹羽宇一郞) 현 대사의 후임으로 니시미야 신이치(西宮伸一) 대사를 임명했으나 그가 갑자기 세상을 떠난 뒤 후임자 인선에 고심해 왔다.

양진영 기자 hans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