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개발 막긴커녕 팔걷은 지자체
입력 2012-10-05 18:34
환경부가 지난 7월 고시한 생태·자연도 개정고시(안)에 대해 골프장 건설 등 개발에 눈먼 지자체들로부터 생태·자연도 등급을 하향조정해 달라는 이의제기가 폭주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통합당 장하나 의원이 5일 국립환경과학원으로부터 제출받은 ‘2012년 환경부 생태·자연도 개정고시(안) 이의제기 내역’을 검토한 결과 “9월 20일까지 총 942건의 이의제기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일반인이 제기한 ‘민원’은 223건에 불과한 반면, 행정관청이 제기한 ‘관원’은 무려 71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의제기의 내용은 모두 생태·자연도 등급을 낮춰 달라는 것이다. 생태·자연도는 환경부가 산·하천·내륙습지·호소·농지·도시 등에 대해 생태·자연·경관 가치를 조사해 보전(1등급), 훼손 최소화(2등급), 개발(3등급)과 별도관리지역으로 등급화한 지도다. 1등급은 개발 불가지역이다.
지자체가 이의제기한 702건 가운데 강원도가 총 600건으로 85%를 차지했다. 특히 강원도 지자체들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골프장 개발을 위해 무더기로 이의제기했다. ‘강릉CC’가 들어설 강릉시와 ‘하이츠파크 GC’ ‘엠나인CC’ ‘로얄파인CC’ 등이 들어설 홍천군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을 각각 3등급 또는 2∼3등급으로 하향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논란이 되고 있는 이들 4개 골프장 예정지 면적의 41%가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인 것으로 드러났다. 골프장 신규 건설수요가 강원도에 몰리는 것은 도로 신설과 확장으로 수도권으로부터 이동시간이 단축됐기 때문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지자체뿐 아니라 국토해양부도 난개발 대열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정부가 제기한 생태·자연도 등급 이의제기 17건 가운데 순천∼완주 간 고속도로 일부 구간 등 15건은 국토해양부가 제기한 것이다.
환경부는 2007년 4월 전국 생태·자연도를 고시한 뒤 지난 7월 20일 개정고시(안)를 공고했다. 그러나 생태·자연도 1등급 권역이라도 보완·갱신을 거쳐 하향조정될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지자체들이 이의제기를 하고 있다. 환경부는 이의제기 내역을 검토해 개정고시(안)를 올해 말에 확정하거나, 재조사를 통해 늦어도 내년 말까지 확정고시할 예정이다.
장 의원은 “환경을 보전해야 할 지자체가 오히려 난개발의 선두에서 골프장 개발의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고 비판했다.
임항 환경전문기자 hngl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