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28만원, 제주도 42만원, 미국 355만원… 돈 때문에 따로가는 고교 수학여행

입력 2012-10-05 18:35

광주의 A자율형사립고 1학년에 재학 중인 김모(16)군은 지난 7월 절친한 동급생 4명과 수학여행을 같은 곳으로 가지 못했다. 학교가 수학여행지를 경기도 중부, 제주도, 독도, 몽골, 미국 등 5개로 정해놓고 각자의 ‘형편’에 따라 수학여행지를 선택하도록 하면서 모두 뿔뿔이 흩어졌다. 가정형편이 넉넉지 못한 김군은 가장 저렴한 4박5일짜리 경기도 중부(28만3000원)로 수학여행을 떠났다. 이 학교에서 김군과 같은 선택을 한 학생은 65명이었다. 김군의 친구 1명을 포함한 69명은 355만원을 내고 8박9일간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다녀왔다. 제주도(42만8000원·4박5일)와 독도(51만5000원·5박6일), 몽골(210만원·6박7일)로 수학여행을 떠난 김군의 동급생들도 모두 비용과 일정이 다르긴 마찬가지였다. 같은 학교 같은 교실에서 공부하는 학생이지만 경기도 중부와 미국으로 수학여행을 떠났던 학생의 경우 기간은 4일, 비용은 13배까지 차이가 났다.

경기도의 C외국어고등학교도 ‘선택의 폭’을 넓힌다는 이유로 올해 5월 수학여행 행선지를 제주도, 중국, 일본, 미국 등 4곳으로 나눠서 정했다. 일정 역시 4박5일부터 8박9일까지로 달랐고, 비용도 44만9000원에서 309만3000원으로 최대 7배까지 차이가 났다.

부모의 경제력에 따라 행선지 따로, 일정 따로인 ‘뿔뿔이 수학여행’이 최근 3년 동안 3배 이상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5일 무소속 정진후 의원이 교육과학기술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국내와 국외로 수학여행을 따로 진행한 전국의 고등학교는 2010년 9곳에서 지난해 24곳, 올해 30곳으로 늘었다. 이런 학교의 올해 국내 평균 수학여행 비용과 국외 비용 격차도 70만원에 달해 2010년 58만원, 지난해 63만원 등 꾸준히 늘었다. 올해 국내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의 평균 비용이 31만원, 국외로 수학여행을 다녀온 학생들의 비용이 101만원으로 3.2배나 차이가 났다.

정 의원은 “일부 학교들이 수학여행 행선지와 기간을 4∼5개까지 나눠서 진행해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을 크게 부추기고 있다”며 “부모의 경제적 여건에 따라 같은 학교 학생들이 수학여행을 다르게 가는 것은 교육적으로 바람직하지 않은 만큼 시·도 교육청이 이런 관행을 강력하게 규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