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실업률 7.8%로 뚝… 오바마 재선 호재
입력 2012-10-06 00:06
대선을 앞두고 관심을 모았던 미국의 9월 실업률이 7.8%로 나타났다. 이는 38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첫 대선후보 TV토론에서 예상 밖으로 완패한 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국면을 전환시킬 수 있는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릐8.0% 미만 실업률, 오바마에 호재=미 노동부는 5일 9월 실업률이 7.8%로, 전달(8.1%)에 비해 0.3% 포인트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장 예상치 8.2%를 한참 밑도는 수치다. 신규 일자리는 11만4000개 늘어났다.
미 정부의 9월 실업률이 주목을 받았던 것은 이 수치가 다음 달 치러지는 대선의 최대 변수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1912년 이래 실업률이 8.0%를 넘은 현직 대통령이 재집권한 사례는 대공황을 극복한 프랭클린 루스벨트밖에 없다.
더욱이 오바마 대통령은 밋 롬니 공화당 후보와의 첫 토론 대결에서 진 마당에 실업률까지 오르면 설상가상의 상황을 맞을 수밖에 없었다. 대선의 최고 이슈는 경제 재건과 일자리 창출인 만큼 9월 실업률은 수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한 2009년 1월 7.8%였던 실업률은 그해 10월 10.8%까지 치솟았다가 8%대를 유지해 왔다. 오바마는 실업률이 기대 이상으로 좋게 나타난 데 힘입어 지지율을 유지하면서 16일 2차 TV토론에 대비할 수 있게 됐다.
릐전략 실수에서 비롯된 토론 완패=오바마 대통령은 4일 롬니 후보에 대한 거센 공세 전략으로 전환했다. 오바마는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어젯밤 토론에 나왔던 롬니와는 다른 ‘진짜 롬니(real Romney)’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이 아는 롬니는 해외에 일자리를 팔아먹는 회사에 투자를 하는 사람인데 어젯밤 연단에 서 있던 사람은 이런 회사에 주는 세제 혜택을 들어본 적도 없다고 말했다”고 비난했다. 수세에 몰렸던 TV 토론과는 전혀 상반된 모습이다.
그렇다면 오바마 대통령은 왜 첫 토론에선 롬니를 몰아붙이지 못했을까. 정치전문지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토론회에서 오바마의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소극적인’ 대응은 부분적으로 계획된 것이었다. 오바마 캠프는 토론회에서 차분하고 합리적인 대통령 이미지를 전달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선거 판세가 기울었다는 판단 아래 안전 위주의 ‘리스크 관리’ 전략을 펴 왔다는 것이다.
폴리티코는 재선에 나선 현직 대통령들은 선거 판세를 변동시킬 큰 위험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으며, 이는 현직 대통령이 걸리기 쉬운 질병이라고 분석했다. 오바마 캠프 관계자는 “대통령은 좀 더 공격적으로 하기로 돼 있었지만, 결국 조심스럽고 소극적인 방식을 택했다”고 아쉬워했다.
한편 토론회에서의 승리가 롬니 후보의 지지율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로이터가 536명의 유권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51%가 롬니 후보를 긍정적으로 본다고 응답했다. 롬니에 대한 긍정적 의견이 50%를 넘은 것은 처음이다. 또 오바마와 롬니 지지율은 48%대 43%로, 격차가 7%에서 2% 포인트 줄어들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남혁상 기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