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미디어의 정치학] 호환·마마보다 무서운 ‘SNS’… 140字 관리 중요변수
입력 2012-10-05 18:26
지난 두 번의 대통령 선거에서 인터넷의 역할은 절대적이었다. ‘노사모’(노무현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는 2002년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켰고, 뉴라이트전국연합은 2007년 이명박 정부 탄생의 산파 역할을 톡톡히 했다. 노사모와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전국적인 조직을 결성하고 당내 경선부터 본선에 이르기까지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할 수 있었던 기반은 인터넷의 힘이었다. 이들은 상대 후보의 네거티브 공세를 막아내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후보의 당선을 위해 인터넷 최전선에서 활약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3자 대결로 압축된 올해 대통령 선거 분위기도 얼핏 보면 최근 두 번의 대선과 비슷하다. 여전히 인터넷 팬클럽들은 오프라인 모임을 이끌며 당내 경선 등을 통해 세를 과시하고 있고 정치 커뮤니티 사이트에서 갑론을박하고 있다.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풍경도 다르지 않다.
하지만 이번 대선은 인터넷 환경 자체가 크게 달라졌다는 평이다.
◇‘소셜 대선’으로 재편=지난 두 번의 대선을 포함해 각종 선거 때마다 각광을 받아온 포털사이트 다음 아고라와 치열하게 보·혁 대결을 벌인 정치 커뮤니티 사이트, 미니홈피 등은 쇠퇴하는 추세가 완연하다. 뉴스 밑 댓글 논쟁도 이미 유행이 지났다. 대신 스마트폰 대중화를 기반으로 촉발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가 중요한 변수로 떠올랐다.
화려한 논리로 중무장한 정치 논객 스타일의 글은 점차 사라지고 트위터 한도인 140자 이내로 짧으면서도 재기발랄한 메시지, 특정 후보를 지지하는 유명인들의 글을 리트윗(RT·재전송)하면서 동의를 표하는 행위가 압도적으로 많다.
SNS의 위력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와 올해 4·11 총선을 통해 이미 입증됐다. 서울시장 선거 막판에 터진 ‘1억 피부과’ 논란과 총선 직전 불거진 박원순 서울시장 아들의 병역비리 의혹, 김용민 후보의 과거 인터넷 방송 막말 파문은 모두 실시간으로 SNS를 통해 급속도로 확산돼 선거 결과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다.
일단 부정적인 이슈가 퍼지고 나면 아무리 반박하고 해명해도 좀처럼 약발이 듣지 않는 공간이 SNS다. 대선 후보 3인방이 SNS에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SNS에서 극복해야 할 난제 수두룩=박 후보와 문 후보는 트위터와 페이스북을 동시에 사용하고 있다. 안 후보는 페이스북에 집중하다 최근 캠프 차원에서 트위터를 꾸렸다.
SNS 수치는 기준에 따라 순위가 엇갈린다. 5일 페이스북 ‘좋아요’ 기준으로 보면 안 후보(6만), 문 후보(3만), 박 후보(1만 미만) 순이다. 하지만 트위터 팔로어(트위터 친구) 수로 따지면 문 후보(25만), 박 후보(22만) 순이다. 문·박 두 후보는 스마트족의 마음을 얻기 위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내놓기도 했다.
SNS 분석 전문회사인 미디컴에 따르면 지난달 21일부터 27일까지 트위터 최대 정치 이슈는 박 후보의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인 것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 기자회견 당일인 24일 하루에만 트위터에서 ‘박근혜’ 키워드가 평소 두 배 이상인 5만599회 언급됐다. 두 번째로 높은 하루 언급량을 기록한 이슈는 27일 안 후보의 다운계약서 사과 기자회견으로 4만8710건 언급됐다. 리트윗까지 포함하면 수치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SNS에서 세 후보를 괴롭히는 난제는 수두룩하다. 안 후보는 다운계약서 문제와 논문 표절 의혹이 불거져 SNS에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자서전 ‘안철수의 생각’에서 밝힌 생각과 다른 과거 행적이 발견되면 곧바로 논란으로 이어질 공산도 크다.
박 후보의 과거사에 대한 사과는 일부 트위터 사용자들 사이에서 지지율 하락을 반등시키기 위한 정치적 이벤트일 뿐 진정성이 없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정수장학회 처리 문제와 장준하 타살 의혹은 트위터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리트윗되는 단골 메뉴다.
문 후보는 과거 참여정부 시절 민주당과 열린우리당의 분당 사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및 제주 해군기지 등에 대한 입장이 이전과 달라졌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안 후보와 문 후보의 지지자들은 야권 후보 단일화를 놓고도 매일 SNS에서 격론을 벌이고 있다.
쿠키뉴스 조현우 기자 can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