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서적] 김승태 한국기독교출판협회장 “종교적 색깔 줄이고 힐링 같은 트렌드 담아야”

입력 2012-10-05 17:21


“성(聖)과 속(俗)을 나누는 이분법적 논리로는 일반 대중에게 접근하기 어렵습니다. 이제 기독교 서적도 시대정신을 바탕으로 복음과 구원의 메시지를 전하는 게 중요합니다.”

한국기독교출판협회 김승태(54) 회장은 최근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 서적이 세상과 소통하기 위해서는 지지기반인 교인들을 대상으로 하기보다는 일반 대중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교회와 목회자들이 기독교 서적에 지나친 교리적인 잣대를 들이대는 것을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21년간 출판계에 몸담은 김 회장은 최근 스님들의 책이 온·오프라인 서점에서 다수 베스트셀러가 된 것에 대해 “종교적 색채는 옅고, 시대의 키워드인 ‘쉼’ ‘영혼의 치유’ 등을 잘 읽어냈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시대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책의 특성상 자기계발과 경쟁은 지고 치유가 대중 정서를 자극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이에 비해 기독교 서적은 신앙적인 이야기 중심이라고 말했다. 김 회장은 “유명 목회자가 책을 써도 일반 대중의 공감이 적은 것은 교인만을 위한 글을 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일반 대중의 관심을 끌지 못하는 이유로 교회가 문학을 검열하는 기독교 출판의 구조적 문제를 지적했다. 설교나 간증이 기독교 서적의 주류를 이루는 건 ‘한국 기독교 문화’가 실종됐기 때문이라고도 했다. 김 회장은 “다들 ‘스토리텔링의 시대’라고 하는데도 기독 작가가 소설을 쓰면 교회나 목회자들이 교리적으로 난도질을 한다”며 “세상 모든 일이 기독교인의 관심사가 돼야 하는데 목회자 시선으로 비판만 한다. 이 때문에 영화, 뮤지컬 등 소설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기독 콘텐츠가 탄생하기 어렵다”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읽히는’ 기독 서적이 될 수 있을까. 김 회장은 ‘반지의 제왕’ 저자 J.R.R. 톨킨이나 ‘나니아 연대기’의 저자 C.S. 루이스를 좋은 사례로 들었다. 기독교 세계관이 잘 반영된 데다 일반 대중에게도 큰 호응을 이끌어 낸 점을 높이 평가했다. 그는 소설뿐 아니라 리더십 분야의 유명 작가 존 맥스웰,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캔 블랜차드 등 같이 전문 분야에서 대중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기독 저자가 더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무조건 판매부수로 기독교 서적의 승패를 언급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의견도 밝혔다. 유사 기독교 서적이 많이 팔린다고 해서 기독교를 대표하는 서적으로 보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돈 되는 기독교 서적 대신 교회를 살릴 수 있는 기독교 서적이 기독교를 대표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기독 출판사들이 ‘미션 마인드’를 갖고 판매 부수가 적더라도 한국교회를 건강하게 살리는 책을 더 많이 출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문화를 주도했던 기독교가 사회에서 ‘시끄러운 잔소리꾼’ 대접 받는 것이 안타깝다는 그는 기독교 서적이 한국교회와 세상을 깨우는 방향을 제시할 때 제대로 소통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기독교는 감동과 공감의 콘텐츠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스스로의 틀에 매이거나 교회 비난여론으로 세상과의 소통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며 “기독 출판사 편집자들이 교회 안에서 안전하게 성공하려는 태도를 버리고, 저자가 크리스천인 경우 종교 서적이 아닌 것도 출판하는 등 패러다임을 바꾸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