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박근혜, 지금이라도 인적 쇄신 나서야
입력 2012-10-05 18:02
그제 열린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전면적인 인적 쇄신 주장이 봇물을 이뤘다. 박근혜 대선 후보의 측근인 친박(親朴)계 인사들을 퇴진시키고, 새로운 인물로 채워야 한다는 게 골자다. 박 후보를 제외하고 전부 바꿔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왔다. 2선으로 후퇴해야 할 대상으로는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 서병수 선거대책본부장 겸 사무총장, 권영세 선대위 종합상황실장, 이정현 공보단장 등이 거론된다.
박 후보 측근 퇴진론이 거세진 이유는 아무런 변화 없이 현 상태로 대선을 치르면 패할 것이라는 위기감 때문이다. 소위 ‘박근혜 대세론’이 깨진 데 이어 유신 및 인혁당 사건 등에 대한 미숙한 대응으로 박 후보 지지율은 답보 상태를 보이고 있다. 더욱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막판에 야권후보 단일화를 성사시킬 경우 박 후보 승리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측근들의 인식은 너무 안이하다고 쇄신론자들은 입을 모았다.
친박계 폐해를 지적하는 목소리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중 하나가 무슨 완장이라도 찬 양 박 후보와 당내의 다른 인사들 간 접촉을 차단해 박 후보의 판단력을 흐리게 했다는 것이다. 자기들끼리 권력암투를 벌이기도 했다. 당사자들은 부인하고 있지만, 이를 참지 못하고 스스로 친박계에서 이탈한 정치인들도 있었다. 당 화합에까지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박 후보는 측근들을 계속 중용했다. 충성심을 중시한 결과일 것이다. 하지만 짙어진 친박 색깔로 선거운동이 원활하게 진행되고 있는지는 회의적이다. 새누리당의 적지 않은 의원들이 방관하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는 탓이다. 또 박 후보가 쓴소리를 귀담아 듣지 않으려는 권위주의적 리더십 소유자로 각인되고 있는 점도 유념해야 한다.
측근 퇴진론에 대해 박 후보는 “내일모레가 선거이기 때문에 힘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사실상 거부한 것이다. 대선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현실적인 점도 중요한 고려 요인이라는 건 맞다. 그러나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르다는 속담도 있지 않은가. 지금이라도 용인술을 바꿔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