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네 자전거점포가 사라진다

입력 2012-10-04 15:25


4일 오후 2시쯤 찾은 서울 도림동의 약 66㎡(20평) 남짓한 한 자전거점포. 평소 같으면 수리를 기다리는 자전거들이 한 쪽 벽면에 줄지어 서 있어야 하지만 가게는 텅 비어 있었다. 주인 김길수(61)씨는 “영등포구청이 자전거 수리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손님이 뚝 끊겼다”고 한숨지었다.

최근 서울 자치구들이 자전거 수리소 운영을 확대하면서 영세한 동네 자전거점포들은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구청 수리소가 대부분의 기본 수리를 무료로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는 2008년 구청 앞마당에 자전거 수리소를 마련한 이후 3개 수리소를 연중무휴로 운영해 왔다. 그러나 구는 최근 “영업에 지장이 크다”는 주변 자전거점포 상인들의 민원이 빗발치자 당산동 수리소를 없앴다.

하지만 자전거 이용 시민들이 급증하자 강동구, 구로구, 영등포구, 서초구, 관악구, 종로구, 강북구, 광진구, 용산구 송파구, 도봉구, 마포구, 양천구 등 서울 대부분의 자치구가 자전거 수리소 운영을 하고 있다. 심지어는 원거리 주민들을 위해 ‘찾아가는 자전거 이동수리’ 서비스까지 실시하는 상황이다.

수리소에서는 자전거 수리 기술자를 비롯해 지역자활센터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직원들이 타이어 펑크 등 새 부품이 들어가지 않는 고장은 무료로 수리해준다. 부품 교체가 필요할 경우 부품의 도매 원가만 받고 고쳐줘 주민들의 반응이 좋다. 산악자전거 동호회원인 조병욱(27)씨는 “동네 자전거점포보다 20% 이상 저렴하게 부품을 바꿀 수 있어 구청 수리소를 애용하는 동호인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영세한 동네 자전거점포 주인들은 일감이 끊겨 울상이다. 수리만 전담하는 점포들은 수리 손님이 줄어 생계에 곧바로 타격을 입는 형편이다. 김씨는 “한 달에 150만원에 달하는 가게 임대료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며 “업종을 바꾸거나 문을 닫는 가게가 속출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강동구에서 자전거점포를 운영하는 A씨도 “겨울을 제외하면 기껏해야 7∼8개월 계절장사인데다 인터넷으로 부품을 구입하는 사람들이 늘어 사정은 매우 어렵다”면서 “구청이 영세사업자들의 생계를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가 취재한 결과 서울시 자치구 대부분은 “영세업자들의 처지를 이해하지만 주민 수요가 많아 별다른 해결책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고 답했다. 한 구청 관계자는 “수리 금액이 클 경우 동네 자전거점포를 안내할 수도 있지만 번거롭고 실효성도 의문시 돼 실행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