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내부 갈등·모순 드러내는 데 초점 맞췄어요”… 개막작 ‘콜드 워’ 공동감독·주연배우 기자회견

입력 2012-10-04 19:32

“홍콩 영화가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은 처음입니다. 무척 자랑스럽고 기쁩니다.”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콜드 워’의 공동감독 써니 럭과 렁록만, 주연배우 궈푸청(곽부성·47) 량자후이(양가휘·54)는 4일 영화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써니 럭과 렁록만의 감독 데뷔작인 ‘콜드 워’는 홍콩 범죄 스릴러. 범죄 집단과 내통하는 경찰 내부의 적을 밝히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다뤘다. 영화제 측은 개막작 선정 이유로 “시나리오가 탄탄하며 인간 내면의 욕망과 양심의 싸움을 심도 있게 들여다본 탁월한 심리영화”라고 소개했다. 미술감독 출신의 렁록만, 조감독 출신의 써니 럭 두 사람이 쓴 시나리오를 홍콩의 저명한 제작자 빌 콩이 영화로 만들었다.

량자후이는 홍콩 영화 전성기를 이끌었던 배우로 ‘연인’을 비롯해 ‘동사서독’ ‘영웅본색’ ‘신용문객잔’ 등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는 “아무리 일정이 바빠도 꼭 하고 싶을 정도로 좋은 시나리오였다. 대중에게는 신인 감독들이지만 두 분 모두 20년 가까이 영화계에 종사했던 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부산영화제 마켓에서 이 작품이 좋은 가격으로 팔려 제작사에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가수로서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궈푸청은 홍콩을 대표하는 멜로배우. ‘친니친니’ ‘소친친’ 등이 대표작이다. 그는 “량자후이와 함께 호흡을 맞추면서 그의 눈빛이나 분위기에 놀라 떨려 죽을 것 같았다. 다행히 죽진 않았다(웃음). 그는 어떻게 연기해야 하는지 정확히 잘 아는 배우이며 같이 연기하는 과정을 즐겼다”고 말했다.

궈푸청은 “5년을 걸려 완성한 시나리오를 받고 감독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 지난해 말 콘서트가 17회나 잡혀 있어 무척 바빴는데 일정 조정이 잘돼 영화에 참여하게 됐다. 영화 작업에서는 감독과 배우 간 신뢰가 가장 중요한데 결과가 잘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영화를 통해 홍콩에 영화 인재가 많으며, 홍콩 영화가 비록 침체기도 있었지만 항상 노력하고 있음을 알리고 싶다”고 강조했다.

‘콜드 워’는 아시아에서 가장 안전한 도시라고 자부하던 홍콩에서 경찰관 5명이 피랍되면서 시작된다. 경무처장이 해외출장 중인 상황에서 두 명의 부처장 션 라우(궈푸청)와 M.B.리(량자후이)는 경쟁적으로 사건 해결에 나선다. 두 사람은 차기 처장 자리를 다투는 라이벌. 두 사람 모두 사건 해결의 벽에 부닥치고 오히려 홍콩의 반부패 수사기관인 염정공서의 조사를 받는 처지에 이른다.

잘 짜인 범죄영화인 동시에 심리영화인 ‘콜드 워’는 보는 내내 경찰 내부의 적이 누구인지 궁금하게 만든다. 렁록만 감독은 “경찰과 범죄 집단을 소재로 한 홍콩 영화가 너무 많아 어떻게 해야 새로운 느낌을 줄까 고민했다. 그 결과 경찰 내부의 갈등과 모순을 드러내는 데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한편 75개국 304편의 영화가 초청된 부산국제영화제는 이날 개막식을 시작으로 13일까지 열흘간 광복동 등 부산 일대에서 펼쳐진다.

부산=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