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선 1차 토론회] 롬니, 구체적 수치 들며 맹공… ‘달변’ 오바마 방어 급급

입력 2012-10-04 21:38


“우리가 알던 롬니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줬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연설에 비견되는 놀라운 반전이다.”(CNN)

“롬니 후보는 토론장에 있으려는 반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토론장에 있기를 꺼린다는 인상을 받았다.”(제임스 카빌 민주당 전략가)

3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에서 열린 제1차 대선후보 토론회의 승자는 밋 롬니 공화당 후보였다. 단순한 승리가 아니라 완승에 가까웠다. 오바마는 눈에 띄게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다.

◇토론회 내내 오바마 압박=롬니 후보는 90분간의 토론회 내내 일자리, 조세, 건강보험 등 주요 현안에서 오바마 대통령을 공격했다. 그는 “대통령의 첫 임기 동안 중산층은 ‘매장’돼 버렸고, 붕괴되고 있다. 중간소득층 미국인의 연소득은 4300달러나 줄었다”며 “현상유지로는 흔들리는 가계를 구하지 못한다”고 비판했다.

오바마 대통령이 “어떻게 중산층에 피해를 주지 않고 5조 달러에 달하는 감세정책을 시행하면서 세수 구멍을 메울 것인지 말해 달라”고 하자 롬니는 “나는 5조 달러 감세를 주장하지 않았다”고 쏘아붙였다. 그는 “나는 절대 부자들의 세 부담이 줄게 하지도 않을 것이고, 중산층 부담을 늘리지도 않을 것”이라고 했다.

롬니는 건강보험개혁방안(오바마케어)에 대해서도 날선 공격을 가했다. 그는 “2300만명이 실업상태인 경제위기 속에서 어떻게 대통령이 2년간이나 일자리 해결이 아니라 오바마케어 통과를 위해 의회와 싸울 수 있느냐”고 일갈했다.

롬니는 오바마 캠프가 공화당 경제정책을 공격하는 용어인 ‘트리클 다운(tricle down·낙수)’을 사용해 오바마를 역공하기도 했다.

◇‘열공’ 효과 있었다=이날 롬니는 ‘공약이 구체적이지 않고 허점이 숭숭 뚫려 있다’는 오바마의 비판을 무색하게 했다. 그는 조세와 건강보험, 재정현황 등 주제마다 오바마보다 더 구체적인 숫자를 들어 설명했다.

게다가 이 수치들을 일반 국민의 삶과 연결시켜 의미를 알기 쉽게 전달하는 등 의사소통에도 성공했다는 평가다. 이는 공화당 경선기간 20차례나 후보 간 토론을 했고, 이번 토론회를 ‘마지막 기회’로 생각해 철저히 준비한 때문으로 보인다.

토론 내내 활력 넘치고 공세적인 롬니에 비해 오바마는 초조하고 방어적인 모습이었다. 한 취재기자는 오바마 보좌진에게 왜 대통령이 토론 중 카메라를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는지 묻기도 했다고 정치전문지 폴리티코가 전했다.

◇역전 발판 될까=공화당과 롬니 캠프는 환호작약했다. 공화당 차세대 주자로 꼽히는 마르코 루비오 플로리다주 상원의원은 “시합이 새로 시작됐다”며 이번 토론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롬니 캠프 선거전략가인 알 카르데나스는 “이번 토론이 결정적이라 말할 수 없지만 롬니에게는 엄청난 기회다. 이제 오바마와 롬니의 지지율은 동률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TV토론이 표심에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만만찮다. 일부 전문가는 오바마가 자신의 정책을 충분히 방어하지 못했으며, 롬니도 구체적인 대안 제시를 하지 못했다고 평했다. 역대 선거 결과를 봐도 1차 토론 승리가 선거에 뚜렷한 영향을 준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는 지적이다. CNN도 토론 직후 조사결과 오바마에 대한 호감도는 49%로 변화가 없고 롬니 호감도는 54%에서 56%로 약간 늘어난 데 그쳤다며 같은 분석을 전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