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진, 계열사 밀어주기 밥먹듯… BW 부당거래 의혹도

입력 2012-10-04 19:15


웅진그룹이 계열사 몰아주기 등 문제성 거래를 많이 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웅진홀딩스·극동건설 등 자회사들의 석연찮은 법정관리(기업회생절차) 선택에 이르기까지 도덕적 해이가 심각하다는 지적이다.

4일 경제개혁연구소에 따르면 웅진그룹은 그동안 지배주주의 지분이 높은 계열사에 사업물량을 밀어주는 ‘지원성 거래’ 등 문제성 있는 거래가 잦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2003년 웅진건설, 2004년 웅진해피올, 2009년 경서티앤알 등을 지원성 거래 사례로 지목했다. 연구소는 “이들 계열사는 그룹 내 계열사에 대한 매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했고, 이를 통해 지배주주들은 안정적인 이익을 취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웅진건설은 건설업으로 변경하기 전에 웅진코웨이와 밀접한 정수기 임대업 등을 해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한다는 의혹을 샀다. 부동산 개발업체 경서티앤알은 윤석금 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하고 있었고, 모든 매출을 계열사를 통해 올린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웅진홀딩스의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둘러싼 부당주식거래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했다. BW란 일정 기간이 지나면 이미 정해놓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채권을 의미한다. 연구소는 “지배주주 일가가 1999년 인수했던 BW를 2003년 일부 행사해 지분을 늘렸는데, 절차상 문제는 없지만 지배권 확대 목적의 불공정거래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갑작스런 법정관리 돌입으로 외국인 투자자와 기관 투자자들까지도 주식시장에서 큰 손실을 입은 것으로 추정됐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기관 투자자는 웅진홀딩스와 웅진코웨이를, 외국인은 웅진코웨이와 웅진씽크빅을 대거 사들였다. 하지만 지난달 28일까지 웅진홀딩스의 주가는 14.99%, 웅진코웨이는 28.56%, 웅진씽크빅은 32.59% 하락했다. 웅진그룹 계열사들에 총 1804억원을 직간접 투자한 국민연금도 큰 손실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자 윤 회장은 이날 웅진홀딩스 대표이사직을 전격 사임했다. 경영권 유지를 위해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비난이 제기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윤 회장은 “초심으로 돌아가 어려운 상황을 개선하고 경영을 정상화시키는 책임을 다하고자 했다. 그러나 여러 오해가 생기고 있어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웅진홀딩스는 ‘일신상의 개인적인 사유’라고 대표이사 변경 사유를 공시했다.

채권단은 윤 회장 사임에도 강경 대응을 거듭 천명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웅진 측 사람을 관리인에서 배제한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다”고 단언했다. 이 관계자는 “윤 회장이 물러난다는 것도 꼼수로 볼 수밖에 없다”며 “최소한 공동관리인 선임과 웅진코웨이 매각 방침을 법원에 건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경원 김준엽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