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살아나는 ‘10·4선언’… 후보들 대북관계 개선 의지

입력 2012-10-05 00:56


노무현 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2007년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10·4 선언)이 4일로 5주년을 맞았다. 현 정부 5년 동안 사문화됐던 10·4 선언은 유력 대통령 후보 3명 모두 남북관계 개선을 공약으로 내걸으면서 새롭게 부각되고 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가 대북 공약을 구체화하면서 후보 간 남북문제를 둘러싼 정책 대결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대선 후보들의 대북관=문 후보는 서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10·4 남북정상선언 5주년 기념토론회 특별대담’에서 ‘문재인의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발표했다. 문 후보는 남북정상회담 임기 첫해 개최, 경제적 통일 수준의 남북경제연합 실현, 북핵 평화체제 문제 해법 병행 등을 제시했다. 구체적으로는 제2 개성공단 조성, 금강산 관광 재개, 북한 인프라 개발을 위한 ‘북한개발투자공사’ 설립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특별대담에서 5·24 대북제재 조치에 대해 “완벽한 실패”라며 현 정부의 대북정책과 다른 길을 갈 것임을 강조했다. 문 후보는 ‘햇볕정책’의 계승자라는 평가에 걸맞게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 무소속 안철수 후보보다 남북문제 이슈에 보다 진보적이고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박 후보는 지난 2월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를 기치로 내걸었다. 이후 간간이 내놓은 대북정책에 관한 발언을 종합해보면 현 정부의 북핵 우선 정책에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며 안보와 경제협력을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방식을 꾀할 것으로 보인다. 남북정상회담 개최에 긍정적이면서도 “북핵을 머리에 이고 있을 수 없다”며 원칙론을 강조하기도 한다. 남북 간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교류가 우선적으로 필요하지만 북핵 등 안보 문제는 양보할 수 없다는 의지도 엿보인다.

안 후보의 대북정책은 아직 베일에 가려 있다.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에 나온 내용 정도로 그의 대북관을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다. 경제인 출신으로 다른 후보보다 이 부분에 취약하다는 시각도 있다. 이를 의식한 듯 안 후보는 이날 광주를 방문해 “(나의 대북관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나 민주당 문재인 후보와 별 차이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선(先) 핵 포기 후(後) 대화’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외교 안보부처 당국자는 “세 후보의 대북관을 살펴보면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현 정부보다 진보적”이라며 “누가 당선되든 대북정책에 일대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10·4 선언 5주년, 대선 계기 재조명=모두 8개항으로 이뤄진 10·4 선언은 남북 간 협력할 사안이 빠짐없이 집대성돼 있다는 평가다.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종전 선언 추진,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와 안변·남포의 조선협력단지 조성 등 남북 간 평화와 경제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포괄적 협력 방안들이 담겨 있다. 차기 정부 출범 이후 인도적이든 경제협력이든 어떤 사안을 논의하더라도 짚고 넘어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대선 후보 3명 모두 10·4 선언에 대해 기본적으로 존중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이 선언이 차기 정부 남북관계의 시금석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