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親朴도 非朴도 위기감… “확 바꿔 새판짜자” 격앙

입력 2012-10-04 21:47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대선 필패론’이 봇물 터지듯 쏟아졌다. 비(非)박근혜계뿐 아니라 친(親)박근혜계까지 나서서 “이대로는 진다. 새 판을 짜자”며 격앙된 목소리를 토해냈다.

4일 국회에서 열린 의총은 당초 박근혜 대통령 후보의 핵심 대선공약인 경제민주화 추진 방향을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지만 당 지도부와 친박계 주류를 성토하는 장으로 변했다. 박 후보 텃밭인 대구·경북(TK) 지역 의원들이 앞장섰다.

특히 유승민 중앙선대위 공동 부위원장이 당 지도부 총사퇴 및 선대위원 ‘물갈이’를 촉구하면서 파장이 커지고 있다. 유 의원은 올 초 ‘박근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활동을 비판하면서 박 후보와 거리감이 생겼으나, 당내 화합 차원에서 선대위에 합류했다. ‘친박계 2선 후퇴론’을 처음 제기한 남경필 선대위 공동 부위원장은 이날도 “박 후보 주변을 둘러싼 친박계부터 2선으로 물러나라”고 거듭 요구했다.

친박계 윤상현 의원은 “최근 여론조사를 보면 박 후보가 무소속 안철수 후보는 말할 것도 없고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한테까지 밀린다”며 “언론에서 대혼전 양상이라고 표현하는데 대혼전이 아니다. 지고 있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후보 스스로 모든 것을 내려놓고 누구하고도 손을 잡아야 한다”며 “이재오 정몽준 의원에게 손을 내밀어야 한다. 당내 화합이 안 되는데 어떻게 국민대통합을 할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친이명박계 김영우 의원은 “MB(이명박 대통령)보다 박 후보가 더 잘 할 수 있는 걸 하나만 들어보라고 할 때 떠오르는 게 없다”며 “경제민주화는 시대정신이 아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경제민주화가 헌법에 들어가는 나라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쇄신파 김성태 의원은 “박 후보는 언제까지 원칙과 신뢰의 정치로 선거를 치르려 하는가”라며 “본인이 변하지 않으면 이번 대선은 끝났다”고 했다. 비박계 김용태 의원도 “이대로는 야권의 단일화 이슈를 이길 수 없다. 대선 판을 바꿀 새 이슈를 제시해야 한다”며 차기 정부에서의 대통령 권한·임기 축소 등을 주장했다.

박 후보 ‘개인기’에 의존하던 여당 의원들이 이례적으로 후보와 측근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선 것은 대선 풍향계 역할을 하는 추석 밥상 민심에서 심각한 위기를 체감했기 때문이다. 박 후보 측은 “추석 전까지는 ‘컨벤션 효과’에 힘입은 야권이 주도하는 기간이고, 추석 이후 국민은 박 후보를 ‘안정된 지도자’로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박 후보는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잘못을 인정하고 고개까지 숙이면서 지지율 반등을 꾀했다. 그러나 추석 직후 각종 여론조사 지지율은 여전히 혼전 양상으로 나타났다. 박 후보는 대통령 후보로 선출된 지 45일이나 지났지만 주목을 끌 만한 정책 행보를 보이지 못했고 그 와중에 측근 비리 의혹이 터졌다. 선대위 인선 과정에서까지 혼선을 빚자 의원들이 ‘이러다가 다 죽을 수 있다’는 위기감에 반기를 든 것이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