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親盧 딜레마… 文 든든한 지원병에서 이젠 지지기반 확장 발목
입력 2012-10-04 21:44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최대 아킬레스건은 텃밭인 호남 지지율이 여전히 무소속 안철수 후보에게 뒤져 있다는 점이다. 문 후보를 따라다니는 ‘친노(親盧·친노무현계)’란 그림자가 그 배경에 있다. 정치 초년병 문 후보의 대선 출정에 든든한 지원병 역할을 했던 친노 세력이 지금은 오히려 지지기반 확장에 방해가 되고 있는 상황이다.
당내에서도 친노에 대한 감정이 여전히 좋지 않다. 요즘은 “후보 선대위를 친노계 ‘이해찬 사단’이 좌지우지한다”는 얘기가 많이 들린다. 선대위의 꽃이라는 전략기획실장에 이 대표 측근인 정태호 전 청와대 대변인, 전략기획팀장에 오종식 대표 비서실 차장이 내정되는 등 핵심 포스트를 친노계가 잡았다는 불만들이다. 전해철 전 청와대 민정수석은 기획부본부장,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메시지팀장, 소문상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은 정무행정팀장을 맡았다. 하나같이 요직이다.
후보 주변에 친노계가 너무 많다는 비판은 경선 과정에서도 여러 차례 지적됐다. 캠프에 뒤늦게 합류한 중립파 중진 의원들이 “너무 나서지 말라”며 친노계 군기를 잡기도 했다. 비당권파 의원들 사이에서는 “친노계가 비노(非盧)계 일부 인사는 아예 배제키로 작심한 것 같다”는 불만까지 나온다. 비노계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측근들에게 “대선 국면인데 나한테 맡겨지는 일이 없다. 당이 나보고 국정감사나 열심히 하라는 건가 보다”라며 허탈해했다고 한다.
선대위 측도 불만이 없지 않다. 핵심 관계자는 “친노 2선 후퇴론이 있지만 지금은 친노가 선대위에서 핵심적으로 일하는 구조가 아니다. 본부장급을 친노에게 맡기지 않았고, 지금은 친노계도 (중진들에게) 꼼짝 못한다”고 했다. 또 “후보랑 손발이 맞는 사람에게 주요 직책을 맡기는 게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이기도 하고, 시켜보면 친노계가 일은 잘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거에서 승리하려면 추가적인 친노 2선 후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당내 화합과 문 후보의 지지기반 확장을 위해서라도 상징적 차원의 ‘제 살 깎기’가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손병호 백민정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