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업계 “고마워, 골드 앤트·식스 포켓”… 불황 모르는 어린이 용품산업
입력 2012-10-04 18:59
미혼인 직장인 김모(31·여)씨는 이번 추석에 조카들에게 두둑하게 용돈을 줬다. 어릴 땐 선물을 한 아름 안겼지만 조카들이 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는 용돈을 주고 있다. 김씨는 “첫 조카가 생겼을 땐 월급을 다 털어서 선물을 사줬다”면서 “원래 아이를 싫어했는데 조카들은 핏줄이어서 그런지 정말 사랑스럽다. 내 아이라고 생각하고 챙기고 있다”고 말했다.
김씨처럼 높은 구매력을 갖고 있으면서 조카를 위해 지출을 아끼지 않는 고모나 이모, 이른바 ‘골드 앤트(Gold Aunt)’가 늘면서 키즈 산업은 불황을 모르고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실용성을 따지는 부모와 달리 고가의 최신 제품 구매도 서슴지 않는다. 결혼을 하지 않아 자녀가 없는 관계로 조카들을 위한 소비가 많은 것이다.
요즘 아이들이 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의 어른들로부터 집중적인 투자를 받는 ‘식스 포켓’(Six Pocket·부모, 조부모, 외조부모 등 6명에게서 용돈을 받는 외동아이) 세대가 된 것도 키즈 산업이 성장하는 배경이다.
4일 G마켓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까지 어린이 건강식품 판매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5%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성인을 포함한 전체 건강식품 시장이 올해 10% 성장한 것에 비해 성장세가 배 이상 높은 것이다. 최근 들어 어린이 전용 비타민, 홍삼 등 어린이 건강식품이 등장하고 있고, 식품업계도 어린이 전용상품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시장은 더 커지는 추세다.
어린이 장난감과 교육완구도 지난해보다 22% 매출이 뛰었다. 의류·신발·가방 등도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추석을 앞두고 어린이용 한복이 날개 돋친 듯 팔렸다. 추석 일주일 전까지 아동용 한복은 지난해보다 69%가 더 나갔다. 반면 성인용 한복 판매는 소폭 감소해 대조를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에 어른들이 자신이 입고 먹는 것은 지출을 망설인 측면이 있지만 아이들에게 필요한 것에는 아낌없는 투자를 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다.
이에 따라 키즈 산업이 고급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올 7월 본점과 강남점에 수입 이유식 브랜드와 유아용 김, 국수, 조미료 등을 판매하는 ‘베이비&키즈 존’을 열었다. 염도가 일반 소금의 70%에 불과한 ‘키즈 솔트’ 등 어린이 전용제품을 파는데 오픈 한 달 만에 월 매출 2000만원을 올리며 인기를 끌었다.
최근 문을 연 SSG에는 개당 가격이 4000원인 ‘차얌이얌이’ 이유식이 품절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신세계백화점 식품생활담당 임훈 상무는 “불황임에도 베이비밀 시장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