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이대론 필패”… 與 전면 쇄신론

입력 2012-10-05 00:45

새누리당에 ‘친박(親朴·친박근혜계) 2선 후퇴’와 지도부 총사퇴 등 전면 쇄신론이 급부상했다.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응할 마땅한 카드가 없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이대로 가면 박근혜 대통령 후보가 야권 단일후보에게 대선에서 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그러나 박 후보와 당 지도부가 사실상 거부 입장을 밝힘에 따라 당내 갈등이 증폭될지 주목된다.

유승민 중앙선대위 공동 부위원장은 4일 비공개 의원총회에서 “이대로는 대선에서 승리하기 어렵다. 후보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지도부 총사퇴를 주장했다. 그는 “나부터 부위원장 임명장 돌려드릴 테니 백지상태에서 시작해야 한다. 원점에서 새로 진용을 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태 의원은 박 후보를 직접 겨냥했다. 김 의원은 “후보 본인부터 바뀌어야 한다”며 “몸뻬 입고 머리 풀고 변한 모습을 보이라”고 촉구했다. 윤상현 의원은 “박 후보가 비례대표 의원직을 사퇴하고 지방으로 내려가 민생 챙기면서 뛰어야 (지지율이) 반등한다”고 말했다. 박 후보가 정계은퇴 각오로 배수진을 쳐야 한다는 주문이다.

김영우 의원은 박 후보 핵심공약인 경제민주화를 추진해온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의 퇴진을 주장했으며, 김용태 의원은 “친박 2선 후퇴만으론 이미 기울어진 판을 바꿀 수 없다. 야권 단일화는 반드시 된다는 전제 아래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필패”라고 강조했다. 친이명박계 좌장이었던 이재오 의원은 4대강 자전거길 탐방을 마친 뒤 기자간담회를 갖고 “지금 와서 2선이고 후퇴고 시기가 늦었다”고 지적했다.

당 지도부는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의총에서 표출된 여론을 박 후보에게 전달하기로 했다. 하지만 지도부 총사퇴나 선대위 새판짜기 등은 현실적으로 부정적 측면이 더 크기 때문에 수용하지 않기로 의견을 모았다. 황우여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지금과 같은 선거체제에서 당 대표를 바꾸는 것은 당헌상 힘들다”며 “충정을 담아 선대위에 좋은 사람을 모시는 쪽으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부산과 울산 지역을 방문한 박 후보도 쇄신론 주장에 대해 “지금은 내일 모레가 선거이니 힘을 모아서 선거를 잘 치러야 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경남 김해공항에서 기자들과 만나 “당에서는 항상 다양한 의견이 있지 않느냐”며 이같이 말했다. 친박계 2선 후보는 물론 당 지도부 사퇴도 거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당 지도부가 사퇴를 거부한 마당에 박 후보마저 쇄신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새누리당 의원들의 불만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한편 2선 후퇴론 대상에 포함된 최경환 후보 비서실장은 의원총회장을 나서며 “대선 승리를 위해서라면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친박 핵심인 이정현 공보단장은 “충정은 백번 천번 이해하지만 교각살우가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