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文·安 대선 전쟁] 김종인 VS 이정우 VS 장하성… 경제민주화 대격돌 예고

입력 2012-10-04 21:42


참여정부의 초대 청와대 정책실장이자 ‘경제 브레인’으로 불린 이정우(62) 경북대 교수가 4일 민주통합당 문재인 대통령 후보의 경제민주화위원회 위원장에 임명됐다.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의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경제정책총괄역인 장하성 고려대 교수와 함께 올 대선의 최대 정책 이슈인 경제민주화를 놓고 자웅을 겨루게 됐다.

대구 출신으로 대표적인 진보 경제학자로 꼽히는 이 위원장은 이번 대선의 시대정신으로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주장하고 있다. 이 위원장은 임명 직후 “경제민주화의 핵심은 경제적 약자들의 참여”라며 “중소기업, 골목 상권, 노동자, 비정규직, 자영업자 문제 등에 대해 종합적이고 일관된 체계를 갖고 접근해볼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성장과 복지, 일자리, 그리고 경제민주화가 함께 끌고 가는 ‘사두마차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민주화위원으로는 김재현 건국대 교수, 김진방 장세진 인하대 교수, 박수근 한양대 교수, 박태주 한국기술교육대학 교수, 공정거래위 상임위원을 지낸 오성환 변호사, 이의영 군산대 교수, 이건범 한신대 교수, 제윤경 에듀머니 대표, 인태연 전국유통상인연합회 공동회장, 홍장표 부경대 교수, 김현미 홍종학 의원 등 13명이 임명됐다.

이 위원장은 참여정부 시절 “정부가 관료에 포위됐다”고 비판하는 등 소신이 강하다는 평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강도 높게 비판했으며,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의 경우 경제민주화와 상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 김 위원장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강하게 비판해 왔기 때문에 둘 사이 격렬한 논쟁이 예상된다. 이 위원장은 지난달 언론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경제민주화 논쟁은)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며 “김 위원장은 번지수가 틀렸다. 할아버지께서 지하에서 통곡하실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리기도 했다. 김 위원장의 할아버지는 대한민국 초대 대법원장을 지낸 김병로 선생이다. 이 위원장에게 혹독한 비판을 받은 만큼 김 위원장이 향후 잠자코 있을 리 만무하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반면 이 위원장은 장 교수에 대해서는 “학자로서나 실천가로서 큰 업적을 쌓아온 훌륭한 분”이라며 “선의의 좋은 경쟁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재벌의 경제력 집중 완화와 부당행위 근절, 혁신 경제로의 전환, 일자리 창출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문 후보 측은 경제민주화위원장직에 장 교수의 사촌동생인 장하준 케임브리지대 교수를 영입하기 위해 노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