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3년 학교내 성범죄 현황 보니 ‘경악’… 3배 급증에 갈수록 연령 낮아지고 흉포화
입력 2012-10-04 23:31
최근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전국 초·중·고교에서도 성폭력 등 성 관련 사건이 해마다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집단 성폭행, 성폭행 사진 및 영상 유포 협박 등 수법이 갈수록 흉포화하고, 징계 학생 연령대도 낮아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성범죄를 예방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이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고, 사건발생 후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도 약해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됐다.
교육과학기술부가 4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신학용 의원에게 제출한 ‘전국 초·중·고교 내 성폭력 등 성 관련 징계현황’ 자료에 따르면 성범죄 징계 건수가 2009년 76건에서 올해 7월 말 현재 261건으로 3배 이상 급증했다. 성범죄로 징계받은 학생 수도 같은 기간 174명에서 399명으로 크게 늘었다.
올해 성 관련 사건으로 징계받은 학생을 연령대로 보면 중학생이 211명(52.8%)으로 절반을 넘었고 고등학생 146명, 초등학생 35명 등이었다. 지역별로는 올해 대구와 경남이 각각 50명으로 징계학생 수가 가장 많았고 부산(42명) 대전(38명) 인천(35명) 충남(33명) 전북(32명) 서울(26명)이 뒤를 이었다.
구체적인 사례를 보면 올해 4월 부산 모 중학교에 다니는 이모군은 동성 친구를 1주일 간격으로 세 차례 성폭행했다. 서울의 남자 고교생 5명은 가출한 피해자 박모양에게 2년여 동안 30여차례 성매매를 강요했다. 지난해 9월 서울의 중학교 남학생 6명이 여학생 1명을 집단으로 성추행 및 성폭행하고 촬영한 영상을 유포했다. 또 중학교 남학생 한 명은 동료 남학생에게 속옷을 입은 상태의 사진을 보내라고 지시하고 불이행 시 성폭력과 살해를 할 것이라는 협박까지 했다.
외부인 침입에 의한 성범죄도 빈발하고 있으나 거의 무방비 상태다. 지난해 2월 서울의 한 초등학교 운동장에 40대 후반 남성이 침입해 7살 여아를 성추행한 사건이 발생했고, 한 중학교에서는 외부인이 교내 화장실까지 들어와 여학생을 껴안고 도망치기도 했다. 이처럼 학교 내 성 관련 사건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은 인터넷 발달로 어린 학생들이 각종 유해 사이트 및 동영상에 쉽게 노출돼 있는 데다 이를 순화시킬 수 있는 성교육 프로그램 등 예방 대책이 미흡하기 때문인 것으로 지적됐다.
징계 조치를 보면 특별교육을 받은 학생은 절반에도 못 미치고 나머지는 서면사과나 학교봉사, 사회봉사, 전학, 퇴학, 출석정지를 받았다. 심지어 남자 중·고교생 7명이 놀이터에서 중1 여학생에게 술을 먹이고 화장실에서 집단 성폭행을 했는데도 학교에서는 가해 학생들에게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교과부 관계자는 “지난달 각급 학교에 지침을 내려 2학기에 3시간 이상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폭력 예방 교육을 실시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김재중 기자 j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