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 ‘불산 누출’ 2차 피해 확산… 누렇게 말라가는 봉산리 “재난지역 선포해야”

입력 2012-10-04 18:42

“하루 빨리 정확한 피해 조사가 마무리되고 정부 차원의 보상이 이뤄져야 합니다.”

경북 구미 국가산업단지 4단지 내 화학제품 제조공장 ㈜휴브글로벌 불산 누출 사고가 발생한 지 1주일째인 4일 오후 사고 피해를 당한 구미시 산동면 봉산리 일대는 말 그대로 ‘쑥대밭’이었다.

마을 입구에는 아직도 매캐한 냄새가 느껴졌다. 상당수 주민들은 마스크를 쓴 채 생활하고 있었다. 인근 농작물들은 누렇게 변했고, 일부는 아예 검은빛을 띠고 있어 불산의 독성을 실감케 했다.

주민들은 피해보상은 고사하고 정확한 피해 조사도 이뤄지지 않은 데 분통을 터뜨렸다. 주민 김인섭(63)씨는 “갈수록 피해액이 늘고 있어 국가재난지역 선포를 해야 한다”며 “주민들이 도저히 살아갈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하다”고 주장했다. 주민 김기일(80)씨는 “토양 오염과 주민 건강에 대한 조사는 물론 주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 대책을 구미시가 직접 나서서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구미시와 한국산업단지공단 대구경북권본부는 이번 사고와 관련, 피해 상황과 범위 등에 대해 주민과 기업들의 신고를 받고 있다. 하지만 아직 피해 집계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한 실정이다.

주민들은 당장 오염지역의 식수와 농작물을 먹어도 되는지, 계속 생활해도 건강에 문제가 없는지 등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주민 허정(78)씨는 “피해보상은 차후 문제”라며 “우선 이곳에서 재배한 농작물을 먹을 수 있는지, 치료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아무도 말해 주지 않고 있다”고 답답해했다.

주민들은 손수 재배한 야채·과일 등을 놔두고 시장에서 구입해 먹는 형편이다. 봉산1리 박명석(50) 이장은 “시에서는 아직 아무런 지침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대처해야 할 매뉴얼을 빨리 제시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따라서 봉산1리 주민 50여명은 이날 점심부터 마을회관 앞에 모여 인근 식당에서 주문한 도시락으로 식사를 했다. 당분간 점심은 단체급식으로 해결하기로 했다.

사고 현장에서 1.5㎞ 떨어진 임봉초교(폐교)에서는 경북도가 운영하는 이동검진차량 ‘찾아가는 행복병원’이 주민들에 대한 무료 진료를 시작했다. 구미시내 3개 종합병원에서 새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0여명으로 이날 현재까지 모두 800여명의 시민이 사고와 관련해 진료를 받았다.

구미시 관계자는 “일단 5일까지 정밀 조사를 할 계획이며 1차 보상은 사고를 낸 회사 측이 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사고 회사 관계자는 “피해자 유족들과의 보상 합의 및 사고 수습에 주력하느라 피해 주민들에 대한 보상을 구체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며 “구미시와 공단의 피해 집계가 이뤄지면 보상 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구미=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