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위험 카드대란 후 최고
입력 2012-10-04 18:38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가계·기업의 빚 부담이 늘고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등 ‘부채 경보음’이 커지고 있다.
가계의 신용위험(대출 원리금을 갚지 못할 가능성)은 9년 만에 최대치까지 치솟았다. 믿었던 대기업마저 대출 연체율이 급증했다. 가계·중소기업·대기업 가릴 것 없이 모두 휘청거리고 있다.
한국은행이 4일 발표한 ‘금융기관 대출행태 서베이 결과(전망)’에 따르면 4분기 가계 신용위험은 38포인트로 전망됐다. 카드대란 직후인 2003년 3분기 44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위기였던 2008년 4분기에서 2009년 2분기까지의 최대치인 25포인트보다도 1.5배 높다.
가계 신용위험은 지난해 3분기 3포인트로 비교적 안정적이었다. 하지만 올 들어 경기침체가 가속화되면서 급등세로 돌아섰다. 1분기 가계 신용위험은 9포인트에 머물렀지만 2분기에 22포인트, 3분기에 28포인트까지 뛰었다.
한은은 가계 신용위험 상승의 주범으로 주택가격 추락을 꼽는다. 주택의 담보가치가 감소하고 경기둔화가 이어지면서 다중 채무자 등 취약계층이 빚을 갚을 능력이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가계뿐 아니라 기업도 불황 직격탄을 맞았다. 4분기 중소기업 신용위험은 44포인트로 2009년 1분기(47포인트) 이후 가장 높았다. 대기업의 4분기 신용위험은 16포인트로 전망돼 2009년 2분기(16포인트)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기업의 대출 연체액이 크게 늘어난 것은 이를 방증한다. 민주통합당 정성호 의원이 한국은행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8월 말 기준 법인기업의 이자를 포함한 대출 연체액은 8조5000억원으로 전월보다 1조원(13.1%) 늘어났다.
특히 대기업의 연체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말 6000억원에 불과했던 대기업 연체액은 올 들어 5월 8000억원, 6월 7000억원에서 7월 1조2000억원, 8월 1조7000억원으로 급증했다. 금융감독원이 집계한 대기업 원화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80%에서 8월 2.36%로 뛰었다.
전문가들은 기업 신용위험은 당분간 계속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내수 부진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내수를 기반으로 하는 도소매·음식숙박업 및 건설·부동산·임대업 등 대부분 업종의 신용위험도가 높아지는 상황이다.
여기에다 대기업은 유럽 재정위기 등 대외여건이 악화되면서 수출 급감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한국금융연구원 서정호 선임연구원은 “이미 관리조치가 상당부분 이뤄지고 있는 가계부채보다 기업의 대출 연체를 더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진삼열 기자 samu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