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학자 윤경로 교수의 한글성경 예찬… “목숨 건 ‘쪽복음’ 반입… 신앙선조들의 뜻 곱씹어야”

입력 2012-10-04 18:20


“과거 우리 신앙의 선배들은 성경사경회가 열릴 때면 보름이나 한달씩 그야말로 성경을 ‘이 잡듯이’ 읽고 또 읽으며 그 속에서 하나님의 뜻을 찾았어요. 우리나라에서 이런 신앙 문화가 가능했던 건 한글 성경의 영향이 매우 큽니다.”

역사학자인 윤경로(65·전 한성대 총장·사진) 교수는 대표적인 한글 성경 예찬론자로 꼽힌다. 올해로 566돌을 맞는 한글날(10월9일)을 앞두고 4일 서울 삼선동 한성대 연구실에서 윤 교수를 만나 한글 성경 얘기를 들어봤다.

“올해가 한글 성경(쪽복음)이 한국에 들어온 지 꼭 130년 되는 해입니다. 1882년 중국 선양에서 스코틀랜드 선교사인 존 로스 목사와 한국인 성도들이 처음으로 누가복음과 요한복음을 한글로 번역해 서상륜(1848∼1926)을 필두로 들어오게 됐지요.”

윤 교수는 당시 흥선대원군의 쇄국정치가 한창이던 때 한국인 성도에 의해 성경이 들어왔다는 점에 주목한다. “당시 성경을 국내에 반입하는 건 목숨을 각오한 거나 마찬가지였어요. 사료와 증언에 따르면 당시 한국에 성경을 들여올 때 국경 지역에서 들키지 않으려고 말씀이 적힌 종이를 새끼줄로 꼬아서 가지고 들어왔어요. 그걸 다림질해 펴서 읽고 다시 베껴서 전도하며 보급한 겁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한글 성경이 빠르게 보급될 수 있었던 것은 중국이나 일본 성경처럼 해독하기 어려운 문어체가 아니라 구어체로 번역됐기 때문이라는 게 그의 견해다. “초창기 번역된 쪽복음을 보면 일반 주민들이 사용하는 말(주로 평안도·함경도 말)이 사용됐어요. 예를 들어 ‘태초에 말씀이 계시니라…(요 1:1)’ 같은 구절은 ‘태초에 도가 있음매…’ 같은 식이었죠.”

윤 교수는 지금 이 시대가 성경의 가치를 되새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예전에는 기독교인이라고 하면 ‘믿을만한 사람’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어요. 하지만 요즘은 그런 신뢰를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요. 한글 성경을 펼 때마다 목숨 걸고 성경을 들여와 그 말씀대로 살려던 신앙 선조들의 마음을 곱씹어봤으면 좋겠어요.”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